[이슈플러스] 점포 포화 '편의점', 성장세 꺾였다…내실다지기 '총력'

2021년부터 점포수 매년 1000개 넘게 늘다 2024년 100여개 증가 그쳐
편의점 시장 포화, 내수 침체 장기화, 인건비 상승에 다이소 등장까지
외형보다 내실화에 총력…공격적 출점 자제하고 우량점만 출점
[이슈플러스] 점포 포화 '편의점', 성장세 꺾였다…내실다지기 '총력'

과도한 출점 경쟁을 겪던 편의점 성장에 적신호가 켜졌다. 전체 점포 수 증가세가 급감한 데 이어 수익성마저 악화했다. 수년 전부터 국내 편의점 시장은 포화됐다는 평가에도 출점 경쟁에 점포수는 꾸준히 늘었지만 최근 성장세가 꺾인 모습이다. 내수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다이소와 같은 경쟁채널의 등장, 자율규약으로 공격적인 외형 확장의 제한 등의 요소까지 더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편의점 업계는 생존을 위해 외형 성장보다 수익성에 초점을 맞춘 출점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

〈사진=더존 원AI 생성 이미지〉
〈사진=더존 원AI 생성 이미지〉

◇ 불황 속 성장 꺾인 편의점…점포 수 증가세 급감

19일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4사(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의 점포 수는 지난해 총 5만4854개로 전년 대비 168개 늘어났다. 지난 2023년 편의점 4사의 점포 수 순증량의 7% 수준이다. 지난해 3월까지 세븐일레븐이 미니스톱 통합 작업을 이어오던 상황을 고려하면 60여개 늘어난 데 그친 것이다.

편의점 4사로 시장이 정리된 2021년부터 매년 총 점포 수는 1000~2000개씩 늘었으나 지난해는 100여개 느는 데 그치며 외형 확장 성장세가 꺾였다.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4사의 점포 수는 △2021년 4만8134개(+2602개) △2022년 5만2340개(+1525) △2023년 5만4686개(+100여개) △2024년 5만4854개를 기록했다(괄호 속 숫자는 미니스톱 점포 수).

이런 확장세 덕에 전체 유통업체 매출 가운데 편의점 비중은 지난 2021년 이후 지속 늘어나며 백화점 매출비까지 위협했으나, 지난해에는 줄었다. 산업통상자원부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업태별 매출 비중 가운데 편의점은 지난 2023년 17.8%를 기록하다가 지난해 17.3%를 기록하며 0.5%포인트(P) 떨어졌다.

한국 편의점 시장은 이미 수년 전부터 포화에 다다랐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편의점 왕국' 일본과 인구 대비 편의점 매장 수를 비교하면 국내 편의점은 국민 910여 명당 한 개꼴로 일본(2200여명당 한개)의 두 배 이상이다. 일본 프랜차이즈체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일본 편의점 수는 5만5736개다. 인구가 절반에 못 미치는 우리나라와 1000여개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시장이 포화에 이르자 편의점 기업 수익성도 악화했다.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는 지난 2년간 점포·비용 효율화 작업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2022년 미니스톱 이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1~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528억원을 기록했다. 이마트24는 지난해 영업손실 298억원으로 2년 연속 적자다.

업계 투톱인 CU와 GS25마저 수익성 문제에 직면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0.6% 감소한 2516억원을 기록했다. 같은기간 GS리테일의 편의점 사업 부문인 GS25도 영업이익이 1946억원으로 10% 줄었다.

◇ 인건비 등 비용 상승, 자율규약으로 출점 제한, 경쟁채널 등장

국내 편의점 성장세가 꺾인 것은 국내 소비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물류·인건비를 포함한 고정비 증가 등 전반적인 비용이 상승하고 있는 영향이란 평가가 나온다. 최저임금은 계속 오르면서 올해는 1만원을 넘어섰다.

또한 편의점 자율규약으로 공격적인 외형 확장도 앞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2018년 편의점업계는 과도한 출점 경쟁을 막기 위해 '편의점산업의 거래 공정화를 위한 자율규약'을 마련했다. 기존 편의점 50~100m 이내 출점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더욱이 내수 침체가 지속되며 불황형 소비 채널인 다이소의 성장이 편의점 업계에도 타격을 입히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다이소는 식품뿐만 아니라 뷰티, 건강기능식품 등 빠르게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온·오프라인 영역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편의점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편의점은 외형 확장에 한계가 다다른 상황에서 다이소와 같은 가성비 제품을 내세운 대체 채널이 등장한 것도 편의점 성장에 도전이 되는 요소가 많아 성장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고객 방문을 늘리기 위한 상품·특화 매장 등에 대한 고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외형 성장보다는 수익·내실 기반 우량점 출점

성장세가 꺾이면서 편의점은 내실다지기에 들어갔다. 공격적 출점을 자제하고 매출이 많이 나는 우량점 위주로 출점해 점포당 수익성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GS25는 지난해 말 허서홍 대표가 취임한 이후 내실다지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허 대표는 최근 직원 워크숍에서 '내실경영을 위한 우량점 출점 전개에 힘써야 한다'는 취지의 주문을 했다.

CU도 지난해 말 편의점 키워드로 'SMOOTH'를 제시하며 △우량 점포 개발ㆍ육성(Superior)을 강조했다. 실제 매출에 초점을 두면서 낮에는 유인, 밤에는 무인으로 운영하는 하이브리드 점포 확대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해 하이브리드 점포는 400여개로 전년(2023년) 대비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무인 시스템은 점포 매출 및 수익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실 점포를 정리해오던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는 올해 다시 출점에 나설 계획이지만 공격적 출점은 자제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맹사업의 가장 기본적인 경쟁력 요소가 점포이기 때문에 외형 성장을 하려는 노력은 이어질 것”이라며 “하지만 전체적으로 편의점 업계의 큰 방향성은 이제는 무분별한 오픈이 아니라 내실 중심의 출점, 점당 매출과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전략으로 좀 더 무게 중심이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성전 기자 castle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