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디지털화폐, 금융 혁신 단초돼야

한국은행이 25일부터 모집한 국민 10만명을 대상으로 다음달 1일부터 석달간 중앙은행 디지털화폐686(CBDC710) 실거래 테스트를 벌인다. 참가자들은 대형서점·편의점·마트·카페·온라인쇼핑몰 등에서 구매비용을 CBDC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다. 이번은 보편적 통용서비스가 아닌 테스트여서 사용자는 반드시 지정된 7개 은행 중 한 곳의 계좌와 예금 잔고가 있어야하는 제한성은 있다. 하지만, 그 이외는 오프라인 QR코드 간편결제와 유사해 쉽게 쓸 수 있다.

이번 한은의 CBDC 테스트는 일반 은행이 아닌, 우리나라 중앙은행의 시도란 점에서 의미가 적잖다. 우선 대표적으로 구매자(이용자)와 판매자(업주 또는 매장)간에 분산원장에 의한 직접 결제가 이뤄진다. 구매자가 자신의 전자지갑에 있던 예금 잔고와 1대1인 토근을 제품 또는 서비스 구매 뒤 직접 판매자의 전자지갑으로 보내주는 것이다. 여기엔 PG(결제대행)사나 카드사가 참여할 필요가 없다. 블록체인 결제망처럼 중앙집중 없이도 안전하고 신뢰성 있는 거래가 이뤄지는지 확인하게 된다.

한은 측은 이번 CBDC 국민 테스트의 성격을 새로운 형태 화폐의 등장 또는 나아가 디지털화폐로의 전환 준비라는 식의 해석은 경계하고 있다. 오히려 월 이용한도 100만원, 3개월 총 500만원 이내 소액결제에 있어서 디지털 분산원장 기술을 적용해 기존 익일 차액 결제에서 실시간 디지털 총액 결제라는 개념을 실험하고 개선시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테스트 참여 판매점들은 여러 단계를 거쳐 이뤄지던 기존과 대비해 수수료 절감과 즉시 결제대금 현금화라는 효과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앞으로 우리나라 소매·일반 간편결제 시장의 판도를 뒤바꿔 놓을 변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 사용자들에게 정부나, 기업이 제공하는 여러 혜택과 포인트성 잇점을 이 CBDC 계좌에 연결해 일괄 제공한다면 사용자의 간편함과 경제적 편익은 생각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

한은은 이번 테스트에 서울시 청년·문화 바우처, 대구시 보육 바우처, 신라대(부산) 청년·소상공인 바우처를 연계한 혁신적 사회보장·지급 모델도 점검한다고 한다. 각급 바우처사업이 가진 사회적 비용과 사용자의 불편함을 한꺼번에 개선하는 방안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화폐를 개혁하는 것도 중앙은행의 역할이지만, 기존 인프라를 개선하는 것도 중앙은행이 할 수 있는 큰 역할일 것이다.

이진호 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