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외교부 장관 “한국은 민감국가 3등급”…여야, 지정 배경 놓고 충돌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24일 미국 에너지부의 한국 민감국가 지정과 관련해 “한국은 가장 낮은 범주인 '기타 지정국가'로, (리스트의) 3등급에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여야 의원들은 정부가 두달여간 파악조차 하지 못했던 점, 소극적인 대응력 등을 질타하며 향후 구체적인 철회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다만 미국 에너지부의 한국 민감국가 지정 배경을 놓고는 충돌했다.

조 장관은 이날 오후 '민감국가' 지정을 주제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 현안보고에서 “비확산, 테러 방지에 초점을 맞춘 1·2등급과는 근본적 차이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미국 에너지부는 신흥 과학기술 부상으로 기술 지형이 변화함에 따라 기술 보안을 전체적으로 검토·강화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조치”라고 설명했다.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문제와 관련 현안질의 등을 위해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문제와 관련 현안질의 등을 위해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다수의 야당 의원들은 미국이 동맹국인 우리나라를 '민감국가'로 지정한 데 대한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기술보안'이라는 단순한 이유는 아닐 것이라고 봤다. 일부 의원은 여권의 핵무장론 주장을 거론하면서 한미 관계가 훼손된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반면 여당은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토대로 정치 쟁점화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공세를 차단했다.

권칠승 민주당 의원은 “과거에 원자력연구소에서 우라늄 분리실험을 하다가 알려지는 등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한 일들이 있었는데도 민감국가로 지정이 안됐다”며 “이번에는 기술적인 보안 문제를 들었는데, 상대적으로 사소한 문제에 민감국가로 지정할 정도로 양국 관계가 어려워진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같은 당 이재강 의원도 “동맹국 중에 민감국가 리스트에 오른 나라는 우리나라 외에는 없다”며 “동맹국을 민감국가로 통보도 없이 지정해 버리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기웅 국민의힘 의원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사안이다. 지금 분명한 근거 없이 계속 의혹을 부추기기 위한 것이 나온다거나 정치 쟁점화를 한다는 것은 국익 입장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부처가 좀 기민하고 적실성있게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는 게 더 필요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인요한 국민의힘 의원도 “단순한 논리로 혹시 트럼프 정권의 협상카드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야당 의원들은 정부가 이번 사안에 대해 문제의 심각성을 크게 느끼지 않고 축소하려 하는 태도를 두고도 강하게 비판했다. 차지호 민주당 의원은 “이게 단순히 연구 보안의 문제가 아니다. 문제를 축소해서 생각할 게 아니라 문제를 정확하게 짚어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미국과 과학기술 협력이 되지 않으면 한국의 미래 먹거리와 산업구조는 굉장히 초토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에 이창윤 과기부 차관은 “출연연이나 연구자들과 함께 혹시라도 미국과의 기술협력이 어떤 영향이 있는지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소통을 하고 있다”며 “이러한 일들은 벌어지지 않도록 상황관리를 잘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최근 방미한 안덕근 산업부 장관과 미국 정부와의 논의 내용도 공유됐다. 박성택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장관께서 미 에너지부에 우려를 표명했고, 이과 함께 향후 기술 보안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설명하고 조속한 해제 조치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조정식 민주당 의원은 지정 효력 발효가 오는 4월 15일로 예정된 만큼, 그 이전에 해제가능한지 여부도 물었다. 이에 박 차관은 “(해제) 시점을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만 답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