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내 AI 법률 서비스인 '슈퍼로이어'가 제14회 대한민국 변호사 시험 중 선택형(객관식)에서 74%의 정답률을 기록하며 합격권에 진입했다.
이는 생성형 AI 분야의 대표주자인 챗GPT 보다 높은 정답률을 보인 것으로 양질의 국내 법률 데이터를 활용하여 정확성을 높인 결과로 보인다.
필자가 이전 칼럼에서('자율주행 시대,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에서 밝힌 바와 같이 AI 분야에서는 '데이터는 원유다'(Data is a new oil)는 말이 있을 정도로 데이터가 중요하며, AI 기술은 기본적으로 양질의 데이터를 통해 AI를 고도화시키는 데이터 싸움이다.
특히 메이저 파운데이션 모델(foundation model)이 없는 국내 AI 산업에서는 양질의 데이터를 이용하여 전문적인 서비스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주요한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데이터를 이용해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AI는 인간 변호사를 대체할 수 있을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AI가 못하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AI는 '데이터를 분석하여 잠재된 패턴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작동'되므로, 데이터 분석이 어렵거나, 잠재된 패턴이 없는 분야를 대체하기 어렵다.
지금의 생성형 AI는 비교적 데이터 확보와 분석이 용이한 텍스트 데이터에 특화되어 있다. 챗GPT와 같이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대규모 언어 모델(LLM)이 생성형 AI의 주류를 이루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이다.
따라서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서면 업무, 그중에서도 일정한 양식(패턴)이 있는 업무는 가장 먼저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고객과 대화하며 고객의 눈빛, 표정, 제스처를 분석하여 고객의 니즈와 감정에 적합한 법률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은 AI가 당장 대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물론 AI기술이 발전할수록 멀티모달(Multimodal)을 통해 시각·청각·촉각·미각 등 여러 인터페이스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겠지만, 사람과 사람이 상호 교감하는 것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AI를 통해 아이를 진단하고 적절한 처방을 하는 소아과 의사는 대체 가능성이 높지만, 우는 아이들을 달래며 안아주고 주사를 놓는 간호사는 대체하기 어려울 것이다.
계산기가 처음 나왔을 때 인간은 계산기와 암산 시합을 하였다. 자동차가 나왔을 때도 인간은 자동차와 달리기 시합을 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이러한 시합을 하지 않는다.
자동차와 달리기 시합을 하기보다는 자동차를 타고 인간이 아직 가지 못한 곳까지 우리의 지경을 넓혀 가는 것이 더 '인간적'인 일일 것이다.
김형민 법률사무소 민하 대표변호사 minha-khm@naver.com
저자소개 : 김형민 법률사무소 민하 대표변호사는 인공지능(AI)·정보기술(IT)·지식재산(IP)·리스크관리(RM) 및 경영전략 전문 변호사이다. 법제처·한국법제연구원 자문위원, 교육부·전자신문 IT교육지원캠페인 자문위원,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인력양성사업 자문위원, 중소기업진흥공단 중소기업인식개선사업 자문위원, 경상북도청 지식재산전략 자문위원, 안동시청 지식재산관리 자문위원, 경상북도문화콘텐츠진흥원 해외투자 및 저작권사업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