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조선업계가 슈퍼 사이클 시기를 맞아 일제히 실적 호조세를 보이는 가운데, 국내 대표 중형 조선사인 대한조선의 압도적 실적이 업계에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40% 증가를 기록, 업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개선 속도가 독보적이다.
대한조선은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지난해 실적을 공시했다. 2024년 매출액은 1조 746억원으로 2023년 8164억 원 대비 32% 성장했으며 영업이익은 1582억원으로 전년도 359억원 대비 무려 340% 증가했다. 부채비율도 2023년 374%에서 2024년 198%로 큰 폭 개선됐다.
불과 2년 전인 2022년 실적과 비교하면, 영업이익이 무려 48배나 상승하는 등 유례없는 실적 개선의 고공 추이를 보였다.
시장의 반응도 뜨겁다. 2024년 국내 조선 상장기업들 실적이 일제히 흑자를 기록하는 훈풍 속에 당초 대한조선도 흑자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은 있었으나, 15%에 근접하는 영업이익률은 놀랍다는 반응이다. 국내 조선사들 중 단연 최고이며 2007년 전후 조선업 슈퍼사이클 시황에서도 국내 조선업계에선 보기 힘들었던 이익률 수치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시장 관계자는 과거 수주한 저가 수주물량이 대형 조선사 대비 조기 해소됐고, 고부가 친환경 선박 건조가 본격 매출로 인식되면서 수익 증가 추이가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한 것으로 분석했다. 회사 내부적으론 2022년 9월 KHI로 회사 주인이 바뀌면서 도입된 '신경영 관리'를 통한 원가경쟁력 향상 노력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인수 이후 내실을 중시한 KHI의 경영 방침을 바탕으로 영업은 주력 선종 집중과 고수익 선별 수주를 주도했다.
생산은 자동화 설비투자와 사외 제작 블록 내재화 등을 통해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냈고, 장비 가동률 및 에너지 사용량 등 관리 분야는 미세 관리를 통해 각종 낭비요소를 크게 줄였다. 선가나 강재 가격 등 외생 변수의 변동 리스크를 극복하는 탄탄한 체질로 회사를 탈바꿈해 과거 사례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인수 초기의 경영 목표가 건실하게 실현됐다는 평가다.
대한조선의 실적 개선에는 금융위원회를 주축으로 국책은행 등 금융권의 지원이 큰 도움이 됐다.
이석문 경영지원실장(상무)은 “수주 시 마다 금융위원회 주도하에 산업은행과 일부 시중 은행이 적기에 RG(선수금환급보증) 발급을 해줘서 대한조선 실적 개선의 밑거름이 됐다”며 “회사는 정부와 산업은행 등의 지원에 더 좋은 실적으로 보답하겠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4일에는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등 정부·금융기관 관계자 20여 명이 대한조선 해남야드를 방문해 관계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대한조선은 올해 실적 전망도 매우 밝다. 회사의 실적 개선의 원동력인 '신경영 관리'를 지속적으로 실현하고 원가 혁신을 가속화하는 노력을 통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추가 성장을 기대한다.
해남=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