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원통형' 배터리 LG엔솔 vs 삼성SDI 경쟁 격화

삼성SDI가 3월 '인터배터리 2025'에서 공개한 지름 46파이 배터리 라인업
삼성SDI가 3월 '인터배터리 2025'에서 공개한 지름 46파이 배터리 라인업

지름이 46㎜인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시장을 놓고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경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그동안 LG에너지솔루션이 시장 공략에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삼성SDI가 먼저 대량 생산에 나서면서 자존심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삼성SDI, 국내 배터리 업계 첫 '46 원통형' 양산

삼성SDI는 베트남 법인에서 지름 46㎜, 높이 95㎜인 '4695' 배터리모듈을 출하했다고 31일 밝혔다. 배터리셀은 천안사업장에서 만들어졌고, 베트남에서 모듈로 조립됐다.

이 배터리는 국내 업계에서 처음 양산된 46 원통형 배터리다. 삼륜차 등 소형 전기차나 전기자전거, 오토바이 등 '마이크로 모빌리티597'용으로 미국에 공급된다.

삼성SDI의 46 원통형 배터리 양산은 당초 계획보다 1년 이상 앞당긴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차별화된 제품 기술력과 제조 경쟁력, 품질 역량을 바탕으로 단축할 수 있었다”면서 “고용량 하이니켈 양극재와 특허 소재인 실리콘 음극재를 적용해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는 스웰링 현상을 줄이는 동시에 에너지 밀도와 수명을 늘리고 안정성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46 원통형 배터리는 지름이 21㎜인 기존 제품 대비 에너지 용량이 약 6배 이상 향상됐다. 더 적은 수의 배터리로도 이동 수단에서 요구하는 용량 구현이 가능한 셈이다.

삼성SDI는 업계 첫 성공한 양산능력을 바탕으로 전기차 시장 공략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업체와 프로젝트를 논의 중인 가운데 헝가리에 46 라인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유럽 완성차 업체를 겨냥한 것으로, 46 원통형 배터리의 전기차 시장 진입도 기대된다. 〈본지 2025년 3월 31일자 1면 보도 참조〉

삼성SDI 임직원들이 베트남 법인에서 진행된 46파이 배터리 모듈 출하식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삼성SDI 제공)
삼성SDI 임직원들이 베트남 법인에서 진행된 46파이 배터리 모듈 출하식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삼성SDI 제공)

◇LG엔솔, 전기차 집중 공략

그동안 국내 46 원통형 배터리 시장 공략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이었다. 하지만 테슬라용 배터리 공급이 늦어지면서 삼성SDI가 첫 테이프를 끊게 됐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업체를 중심으로 공급을 준비해와 규모에 있어서는 한 발 앞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가 아직 전기차용 고객사가 없는 상황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완성차 업체 4곳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지난해 메르세데스-벤츠 계열사와 50GWh 규모, 리비안과 67GWh 규모 46시리즈 공급 계약을 맺었다. 리비안은 기존 삼성SDI 2170 배터리 고객사였던 곳이어서 이목이 쏠렸다.

또 최근 주주총회에서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이 “주요 고객과 다년간 연 10GWh 규모 46시리즈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깜짝 발표하면서 고객사가 총 4곳으로 늘었다. 김동명 사장은 구체적인 고객사명을 밝히지 않았지만 “레거시 업체”라고 언급해 전통 완성차 업체임을 시사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2025에서 참관객이 LG에너지솔루션의 46시리즈 원통형 셀이 적용된 전기차 하부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2025에서 참관객이 LG에너지솔루션의 46시리즈 원통형 셀이 적용된 전기차 하부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 “연평균 30% 성장”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46 원통형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것은 시장 성장성 때문이다. 전기차 판매가 주춤한 상태지만 전기차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보고, 차세대 배터리 선점에 공들이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 리비안 같은 신생 업체 뿐만 아니라 전통 완성차 업체도 46파이를 채택한다는 점에서 시장이 빠르게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46 원통형 배터리 시장은 올해 155GWh에서 2030년 650GWh까지 확대돼 연평균 3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적은 배터리 수로 높은 용량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21 원통형 배터리 수요는 빠르게 46 제품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46 원통형 배터리는 '호칭'에서도 기업마다 자존심 대결을 펼치고 있다. 지름을 46㎜로 고정하면서 높이를 80·95·100·120㎜ 등으로 다양화했다는 이유에서 삼성SDI는 '46파이', LG에너지솔루션은 '46시리즈'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