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기업가치가 낮은 상장사가 우량 비상장기업과 합병할 경우 금융당국으로부터 상장실질심사를 거쳐야 한다. 상장심사 없는 우회상장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투자자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대한 자체규제심사를 열어 시행령 개정안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금융위는 이른 시일 내에 후속 입법 절차를 추진해 6월 중으로 개편된 제도를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시행령이 개정될 경우 앞으로 비상장기업이 상장법인에 비해 기업가치가 높은 경우 양사의 합병 과정에서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실질심사를 받아야 한다. 기존에는 자산총액이나 자본금, 매출액 가운데 두 가지 이상이 큰 경우에만 심사를 받아왔다.
이번 시행령 개정은 앞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CCTV제조업체 하이트론씨스템즈(현 엑시큐어하이트론)가 신약개발사 지피씨알과 지분 교환 계약을 체결하면서 촉발됐다. 겉으로는 비상장 유망 기업에 M&A지만 실체를 살펴보면 비상장사가 상장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역으로 최대주주에 올라서는 구조였다.
통상 상장심사를 통해 기업의 사업적 계속성, 재무적 안정성, 투자자보호와 지배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하고 있는데 우회상장을 통해 이를 회피한다는 것이 규제 신설의 주된 요지다. 거래소 관계자는 “코스닥 상장에 실패한 기업이 껍데기만 남은 회사를 사들여 우회상장하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규제 강화 배경을 전했다.
코스닥 시장의 간이합병 역시 상장심사 대상으로 편입될 전망이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상법이 규정한 간이합병을 우회상장 대상으로 구분하지 않고 있다. 간이합병은 회사 총주주의 동의가 있거나 회사의 발행주식 총 수의 90% 이상을 존속 회사가 보유할 경우를 의미한다.
코스닥 시장의 간이합병 역시 우회상장으로 구분해 거래소의 심사를 피하는 사례를 막겠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간이합병에 대한 상장실질심사는 거래소 규정 개정만으로도 즉각 시행이 가능한 만큼 시행령 개정과 병행해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