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폭탄 임박] USTR, 한미 FTA 양국 관세 철폐 효과는 인정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달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미국 무역대표부 회의실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의 상호관세 등 양국 간 통상 현안 관련 면담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달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미국 무역대표부 회의실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의 상호관세 등 양국 간 통상 현안 관련 면담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미국무역대표부가(USTR)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발표한 '무역장벽 평가 보고서'(NTE보고서)에는 그동안 미국 산업계가 규제로 인식해 온 한국의 정책은 물론 새로운 문제의식이 두루 반영됐다.

USTR이 매년 3월 말 해당 보고서를 발행했고 다수 내용이 그간의 지적을 재열거한 수준에 그쳤지만 상호관세 부과를 앞둔 시점에 발표됐다는 점에서 향후 한국에 미칠 파장은 작지 않을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를 지렛대 삼아 무역장벽 제거에 본격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따른다.

USTR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는 총 397쪽으로 이중 한국 관련 내용은 7쪽 분량이다.

USTR은 이번 보고서에서 우리 정부가 대규모 무기를 수입할 때 기술이전을 요구하는 '절충교역'과 미국산 소고기 수입 월령제한 등 '비관세 무역장벽'으로 간주했다.

절충교역은 해외에서 1000만 달러 이상의 무기나 군수품, 용역 등을 살 때 반대급부로 계약 상대방으로부터 기술이전이나 부품 제작·수출, 군수지원 등을 받아내는 교역 방식을 의미하는데 NTE보고서에 관련 내용이 반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2008년 한미간 소고기 시장 개방 합의 때 한국이 월령 30개월 미만 소에서 나온 고기만 수입하도록 한 것을 “과도기적 조치”로 규정하며 “16년간 유지됐다”고 비판했다. 또 월령과 관계없이 수입을 금지하는 육포, 소시지 사례도 문제로 지목했다.

한국 전력 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 제한 조치를 언급하면서 원전에 대한 외국인 소유가 금지돼 있다고도 했는데 이 또한 그동안 언급이 없던 내용이다.

USTR 이번 보고서에서 특히 한국의 법률안을 조목조목 지목하며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화학물질등록평가법) △유전자변형생물체(LMO)법 △클라우드컴퓨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클라우드컴퓨팅법) △개인정보보호법6 등 10여개 이상의 법률안이 자국 기업에 사실상 규제로 작용한다며 시정을 요구했다.

이번 보고서엔 자국 이익 중심의 트럼프 행정부의 시선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 행정부 당시 USTR은 교역국 정책이 무역장벽에 해당하는 지 여부의 판단 근거로 공공성을 제시했고 이를 보고서에 명시했지만 이 같은 내용은 올해 담기지 않았다. 무역장벽의 판단 근거를 오로지 자국 이익에 부합하는지로 판단하겠다는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다만 한국과 미국의 관세 불균형은 크지 않다고 적시했다. 보고서는 “한국은 2012년 3월15일 한미 FTA 발효 즉시 양국 간 교역의 80%에 달하는 품목 관세를 철폐했다”며“대부분 다른 품목에 대한 관세는 향후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폐지해 2021년 1월1일부로 완전히 철폐됐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의회 연설에서 “한국 평균 관세율이 미국의 4배”라고 했지만, 통상당국이 한국의 대미 관세가 사실상 0%라고 확인해 준 것으로 FTA의 효과를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실장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상호관세 범위, 수치를 짐작할 순 없지만 반대로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를 무역장벽 제거의 무기로 사용하는 상황은 예상해 볼 수 있다”면서 “이에 대한 우리측의 대응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