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Y한영이 교보생명 가치평가를 포기했다. 주식 가격 산정이 또다시 지연되면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주주간 분쟁이 지속될 전망이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EY한영은 신창재 회장이 의뢰했던 교보생명 풋옵션 행사가격 평가 계약을 해지했다. 가치평가 대신 교보생명과 지정감사인 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통상 금융권에선 지정감사인이 될 경우 이해가 상충되는 문제가 있어 같은 회사 다른 계약을 수임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교보생명은 주식 가치 평가를 위해 다른 회계법인을 평가 기관으로 임명해야 하는 상황이다.
신창재 회장이 교보생명 주식 가치를 평가받아야 하는 건 십여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투자자와 갈등 때문이다. 투자금 회수 및 엑시트를 원하는 FI(재무적투자자)와 주식을 합리적인 가격에 매수해야 하는 신 회장간 줄다리기가 지속되고 있다.
앞서 국제상업회의소(ICC)는 신회장이 FI 지분을 되살 풋옵션 행사가격을 산정하기 위한 평가기관을 30일 이내 선정하라고 중재 판정을 내린 바 있다. 이를 어길 경우 하루 20만달러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에 신회장이 EY한영을 외부평가기관으로 선정했지만 주식가격 산정은 완료하지 못한 상태다. EY한영이 교보생명 가치평가를 포기하면서, 신회장 측이 의도적으로 풋옵션가 평가 자체를 지연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신회장은 오랜기간 갈등을 이어 온 FI 중 일부로부터 주식을 되사거나, 투자를 받아 우호지분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지난 2월엔 어펄마캐피탈로부터 지분 5.33%를 매입했고, 지난달엔 어피니티와 GIC가 보유한 교보생명 9.05%와 4.50%를 SBI그룹 등 금융사에 매각해 우호지분을 확보했다.
향후 신 회장 측이 매입하거나 우호지분으로 끌어들여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 어피니티 컨소시엄(IMM·EQT) 교보생명 지분은 10.46%다. 시간을 벌어 거래에 유지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미 일부 투자자들은 중재 판정을 내린 재판부에 신 회장 측 시간지연 전략을 막아달라는 요청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EY한영 이외에 교보생명 주식평가 업무를 맡으려 할 회계법인이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대부분 대형 회계법인은 교보생명 FI를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어 교보생명 분쟁에 엮이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10년 이상 갈등이 지속되면서 지친 투자자들은 빠른 엑시트를 원하고 있을 것”이라며 “중재 판정서 나온 조치가 지연되면서 신회장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구조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