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PG사-대형가맹점까지 전방위로 불똥튀는 수수료 갈등

지속적인 카드 수수료 인하에 따른 여파가 소비시장 전반으로 번질 공산이다. 카드사와 전자지급결제대행(PG) 업계의 갈등을 넘어 카드사 노조까지 나섰다. 첨예한 갈등 속에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한 추가 부담은 결국 결국 협상력이 부족한 일반 가맹점으로 튈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불거진다.

3일 지급결제업계에 따르면 2025년 카드수수료 개편방안에 따른 일반가맹점 대상 수수료율 조정 협상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곳곳에서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이하 카노협)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초대형가맹점들은 적격비용재산정으로 영세중소 가맹점 수수료가 인하되면 본인들도 인하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주장한다”면서 “지금도 '수퍼 갑'의 위치를 활용해 역마진 수준으로 적용 받는 수수료를 더 인하하라고 압박한다”고 주장했다.

카노협은 삼성카드를 제외한 7개 전업 카드사 노조로 구성된 협의체다. 카노협의 반발은 PG업계의 “(카드사가) PG사로 불리는 대표 가맹점에게 일방적으로 수수료 인상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단초가 됐다. 여기에 특정 의원이 노골적으로 PG업계의 편에서 “상위 4%의 매출을 올리는 가맹점을 옹호하는 모순을 드러냈다”는 것이 카노협의 주장이다.

정종우 카노협 의장은 “중견급 PG사는 지불결제 시장 내에서 최대 수혜자 중 하나임에도 카드업계가와 함께 사회적 의무를 다하기는 커녕 피해자로 둔갑하고 있다”면서 “초대형 가맹점의 추가 인하 압박에서 카드업계만을 악마화 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신용평가사 및 증권사 등은 이번 수수료 인하·동결에 따른 카드업계의 손익 감소액을 213억~499억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민병덕 의원실에서 추산한 일반 가맹점 수수료 인상로 인한 카드사 추가 수익은 427억원으로 집계된다.

정부가 내놓은 올해 카드수수료 개편안에는 연 매출 30억원 이하 영세·중소가맹점에 대한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방안 외에도 연 매출 1000억원 이하 가맹점에는 향후 3년간 수수료율을 동결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결국 줄어든 수익을 두고 카드사와 연 매출 1000억원 초과 가맹점이 줄다리기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자동차 제조사, 항공사 등 초대형 가맹점에 비해 카드사의 협상력이 점차 뒤처지고 있다는 점이다. 각 초대형 가맹점의 사업자 전용카드(PLCC) 발급도 크게 늘어나면서 개별 카드사 차원에서는 더욱 협상 여력이 줄고 있는 상황이다. 초대형 가맹점 입장에서도 수수료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강경한 거부 입장이다.

카드사 역시 수익을 벌충하기 위해 협상력이 열위한 가맹점으로 수수료 부담을 지울 수 밖에 없는 셈이다. PG업계가 단체 행동에 나선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결국 수수료 인하에 따른 부담은 지방 소재 중형 가맹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카드 노조가 반발하고 나선 것도 이처럼 카드사 차원의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질 경우 결국엔 감원이나 구조조정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을 두고 3년마다 소모적인 논쟁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제는 대형 PG사까지 전선에 포함되면서 문제가 더욱 복잡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지금 같은 수수료 체제가 계속되서는 어디선가 감소한 수익을 보전하려는 '제로섬' 싸움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자지급결제대행협회 회원사 임직원이 26일 서울 광화문 KT 앞에서 비씨카드를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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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