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4일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물러나면서 정치권은 60일 이내에 치러질 조기 대통령 선거 국면에 본격 돌입했다. 이르면 5월 말, 늦어도 6월 3일 이전에 대선이 치러질 예정이다. 지지율 1위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독주 속에서 10여명의 여야 잠룡들이 한 치 양보 없는 치열한 승부를 벌일 예정이다.
◇野…이재명 '1강 체제' 속 형식적 경선 가능성
일찌감치 대선 시나리오를 가동하며 준비에 들어간 더불어민주당은 비교적 여유있는 출발을 할 수 있게 됐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이 대표는 탄핵 정국 속에서도 정책 행보와 당내 통합을 병행하며 사실상 유력 후보로 굳혀진 모양새다.
이 대표는 이날 긴급 입장 발표를 통해 “모든 국민이 안전하고 평화로운 나라에서 희망을 가지고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향해 성장과 발전의 길을 확실하게 열어가겠다”며 사실상 조기 대선을 염두한 발언을 내놓았다.
이 대표는 향후 대표직에서 사퇴하고, 박찬대 원내대표가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아 당 선대위를 조기에 가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호중·강훈식·김영진 의원 등이 캠프 진용에 포함되며, 경선 준비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 이재명 '대세론'에 맞설 비명계 주자들의 움직임도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동연 경기지사, 김부겸 전 총리, 김두관 전 의원 등이 경선 참여를 검토하고 있으나 지지율을 꺾긴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앞서 조국혁신당이 제안한 범야권 '오픈 프라이머리' 논의가 당내 경선 구도에 변수가 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선고한 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관계자들이 봉황기를 내리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04/04/rcv.YNA.20250404.PYH2025040412430001300_P1.jpg)
◇與…탄핵 충격 속 경선 레이스 돌입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정치적 충격에서 벗어나 빠르게 선거 모드로 전환해야 하는 입장이다. 지도부 공백 속에서도 권영세·권성동 투톱 체제가 당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해 조기 대선 준비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오늘의 아픈 시련은 더 큰 승리를 위한 담금질 과정이라고 생각하자”며 “굳센 의지와 결기로 재무장하고 대선 승리를 향해 나아가자. 내일은 반드시 내일의 태양이 뜰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10명이 넘는 대권 잠룡이 경선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을 비롯해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한동훈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안철수 의원 등이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이 외에도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 유정복 인천시장, 이철우 경북지사, 나경원·윤상현 의원 등도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다음 주 초 예비후보 등록과 함께 경선 레이스에 본격 가세할 전망이다. 당 내에서는 후보 난립으로 인한 경선 흥행 기대감과 함께, 탄핵 찬반 진영 간 갈등으로 인한 내부 분열 우려도 상존한다. 특히 '친윤 대 비윤' 구도가 다시 불붙을 경우 핵심 지지층의 이탈 가능성이 변수다.
탄핵소추에 찬성했던 오 시장, 한 전 대표, 안 의원, 유 전 의원 등의 경우 중도층 공략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중도층의 표심이 향후 대선 향배를 가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다만 세부적인 경선 전략을 두고 후보들의 셈법은 한층 복잡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제3지대 움직임도 주목…개헌·정책 경쟁 본격화 전망
여야 이외에 제3지대 인물로는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조기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여야 모두로부터 거리감을 둔 채 진보·보수 진영을 넘나드는 전략으로 '캐스팅보트' 역할을 노릴 가능성이 있다. 다만 아직 여론 지지율이 낮고 당세가 약해 대선 판세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다.
이번 조기 대선은 60일만에 치러지는 만큼 각 진영의 정책 구상과 개헌 로드맵 경쟁도 가열될 전망이다. 현재까지 개헌 논의에 적극적인 쪽은 국민의힘 주자들이다. 오 시장과 한 전 대표, 유 전 의원, 안 의원이 나란히 차기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는 조건으로 개헌안을 들고 나왔다. 반면 김 장관과 홍 시장은 개헌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개헌에 소극적인 이 대표와의 차별성을 부각하며 중도층을 끌어오겠다는 포석이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