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민·관 합동 양자산업 생태계 조성 잰걸음

국내 양자산업 생태계 조성이 본격화하고 있다. 대학에서 양자컴퓨터 가동이 시작된 데다 유럽 최대 양자컴퓨터 제조사 IQM의 한국지사 설립도 확정됐다.

양자컴퓨터는 중첩·얽힘 등 양자역학을 활용하는 컴퓨터 하드웨어·알고리즘 등으로 계산능력을 현재 슈퍼컴퓨터 이상 획기적으로 향상할 수 있다. 의료·화학·에너지 등 산업 분야에서 슈퍼컴퓨터가 해결할 수 없거나 시간이 걸리는 복잡한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가 올해에만 2000억원 규모 예산을 투입, 양자 기술 산업화에 집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연구개발(R&D) 중심 양자기술 시장에서 산업 중심 시장으로 체질 전환을 이끌 계획이다.

연세대가 도입한 양자컴퓨터 'IBM 퀀텀 시스템 원'. 퀀텀 시스템 원은 127큐비트 IBM 퀀텀 이글 프로세서로 구동된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연세대가 도입한 양자컴퓨터 'IBM 퀀텀 시스템 원'. 퀀텀 시스템 원은 127큐비트 IBM 퀀텀 이글 프로세서로 구동된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미래양자융합포럼은 국내외 기술 정보를 총망라한 '양자정보기술 백서'를 3년 연속 발간하며 양자 산업 활성화와 진입장벽을 낮추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올해를 '대한민국 양자산업의 원년'으로 선언했다. 양자 관련 예산으로 전년 대비 1.5배 이상 늘어난 1980억원을 투입하고 하반기 중 양자과학 5개년 종합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1000큐비트급 양자컴퓨터 개발 등 대형 R&D 프로젝트에 본격 착수한다.

지방자치단체 차원 양자 산업화 지원도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서울시는 '양자산업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산·학·연 양자 전문인력과 인공지능(AI)·바이오 등 첨단산업을 연계, 양자기술 산업화 기반을 조성하고 있다. 충북대의 5큐비트 풀스택 양자컴퓨터 도입을 지원한 충청북도와 부산시, 대전시 등도 지역 내 양자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의 산업화 노력도 두드러지고 있다. 양자 관련 지식재산(IP)을 확보해 양자컴퓨터에 필요한 장비와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하는 'SDT', 산업용 양자컴퓨터 출시를 앞두고 있는 '노르마', 양자컴퓨팅745 특화 알고리즘 개발한 '큐노바', 양자키분배(QKD806) 장비 필수 부품을 개발한 '트루픽셀' 등이 두각을 나타낸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874S)에 따르면, 2035년 세계 양자컴퓨터 시장은 27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도 정부·지자체·기업의 노력이 확대되는 추세지만 오래전부터 양자 사업을 준비해온 미국 IBM, 핀란드 IQM 등 글로벌 기업 대비 후발주자로 분류된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을 중심으로 양자암호통신653 분야 글로벌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양자컴퓨터 양산이 가능한 기업은 부재한 상황이다. 양자업계에서는 글로벌 초격차 극복을 위해 국내 공공·연구기관과 대학에서 개발한 양자기술의 사업화는 물론, 꾸준한 정책·예산 지원을 요청했다. 성장 가능성이 확실한 기업에 지원을 집중,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지원 SDT 대표는 “막대한 투자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양자산업 특수성을 고려, 세계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똘똘한 기업 1~2개사를 육성하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며 “세계적으로 제조 중심 양자사업을 주도하는 기업은 많지 않기 때문에 꾸준한 지원과 투자가 이뤄지면 해외 기업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종진 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