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대선 시동] 정치권 '개헌' 논의 분출…태풍의 눈으로

5일 서울역 앞에서 대한민국헌정회 주최로 열린 '헌법개정 범국민결의대회 서명운동 발대식'에서 정대철 헌정회장이 대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서울역 앞에서 대한민국헌정회 주최로 열린 '헌법개정 범국민결의대회 서명운동 발대식'에서 정대철 헌정회장이 대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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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조기대선 정국으로 전환하면서 정치권의 개헌 논의가 분출하고 있다. 6일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대철 헌정회장에게 조기대선 전 개헌에 동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동안 민주당이 개헌 논의에 원론적 입장만 밝혀왔다는 점에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 출신 우원식 국회의장도 이날 긴급 회견을 갖고 개헌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국민의힘과 소속 유력 주자들이 윤 대통령 탄핵 전부터 개헌에 찬성했던 만큼, 조기 대선과 함께 1987 헌법 체제의 개정이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정 회장은 6일 전자신문과의 통화에서 “지난 3일 이 대표가 권력구조에 국한한 '원포인트' 개헌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책임총리제'와 '연성헌법'이다.

정 회장은 “국회에서 뽑고 국회가 책임지는 총리, 개헌이 어려운 우리 경성헌법을 연성헌법으로 고쳐 개헌 요건을 완화하는 방식을 이 대표가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개헌에 대해선 다음 정권에 공을 넘겼다. 정 회장은 “(이 대표에게) 시간이 정 촉박하면 조기 대선과 (개헌에 대한) 국민투표를 같이해서라도 이번에 개헌하자고 제안하니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핵심은 분권이다.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시켜서 제왕적 대통령제를 안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이 촉박하니 권력구조에 국한한 '원포인트' 개헌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이날 긴급 회견을 열고 조기 대선과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시행하자면서 △국회 각 정당에 개헌투표를 위한 '국민투표법 개정' △'국회 헌법개정특위 구성'을 제안했다.

민주당은 이와 관련해 “개헌을 반대하거나 백안시하는 것은 전혀 없다. 언제든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 이른 시간 안에 지도부 차원에서 개헌 논의를 진행한다고 보면 된다”고 부연했다.

국민의힘에 이어 민주당도 공개적으로 조기 대선 전 개헌을 공식화한 만큼, 이젠 어떤 식으로 개헌 논의가 진행될지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힘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동훈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안철수 의원이 나란히 차기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는 조건의 개헌안을 주장하고 있다. 차기 대통령이 개헌을 이끌어 본인 임기를 3년으로 줄이고 2028년에 제22대 대선과 제23대 총선을 함께 치르자는 구상이다. 차차기 대통령부터는 미국과 같은 4년 중임제로 전환한다. 정치권에선 의원내각제와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국회 양원제 개편, 정·부통령 체제 등의 의견도 있다. 차기 대통령 임기 3년 단축을 반대하는 국민의힘 주자들도 있다.

4일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열린 국가미래전략원 정치개혁 대담회 '국가원로들, 개헌을 말하다'에 김부겸 전 총리(오른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병석, 김진표 전 국회의장,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낙연 전 총리가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4일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열린 국가미래전략원 정치개혁 대담회 '국가원로들, 개헌을 말하다'에 김부겸 전 총리(오른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병석, 김진표 전 국회의장,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낙연 전 총리가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김진표 전 국회의장도 “현행 1987년 헌법이 대통령 중심제의 문제점을 안고 있어 개헌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여소야대 상황에서 대통령 권한이 조정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 절반 이상도 개헌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7일 발표한 '3월 1주차' 조사(4∼6일·1003명·95% 신뢰수준·표본오차 ±3.1%포인트)를 보면, '현행 대통령제를 바꾸는 개헌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54%,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30%였다. 갤럽은 “대통령제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여야 지지층 간 견해차가 두드러지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대통령 임기에 관해선 64%가 '4년 중임제'를 선호했다. 현행 '5년 단임제'는 31%였다. 이 조사는 무작위 추출 가상번호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4.2%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