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시대, 융합 교육을 강조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AI가 사회 각 분야에 녹아들면서 융합형 인재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일 만난 문휘창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총장은 “한 분야만 깊게 연구하는 것보다 다양한 분야를 탐구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라며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은 여러 분야의 교차점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문 총장에게 AI 시대 대학 교육의 비전과 인재 양성 방향 등에 관해 들어봤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가 설립된 지 20여 년이 지났다. 그동안의 성과는 무엇인가.
▲국내 최고의 교육기관으로 자리 잡은 것이 가장 큰 성과다. 교육 프로그램 질적 향상을 이뤘고 매년 플러스 성장을 해 나가고 있다. 대다수 재학생이 직장인이기 때문에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교육을 해 나가고 있다. 예를 들면, AI가 사회 각 분야에서 중요해지면서 AI 접목 교육을 빠르게 준비했다. 새로 도입되는 첨단 기술, 트렌드 등을 교육에 반영하는 것에 주저함 없이 도입하는 시스템을 마련한 것도 성과 중 하나다.
-총장 취임 이후 가장 중요하게 추진한 업무는.
▲총장 취임 이후 '연구력 강화'에 집중했다. 대다수 대학 교수들은 전공 수업 내용과 연구 분야가 다른 경우가 많다. 경영 대학에서 생산 관리, 재무 회계, 마케팅 등을 가르치지만, 연구 분야는 국가 경쟁력 등인 것처럼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수진의 연구력을 강화하기 위해 교육 주제와 연구 주제를 일치시켰다. 같은 자원을 가지고 더 높은 효과를 내자는 것이다. 교육 주제와 연구 주제를 합치자 강의실에서 가르치는 것이 연구가 되고, 연구가 강의가 됐다. 그러자 교수와 학생이 서로 융합을 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교수와 학생이 서로 시너지를 내며 연구 성과가 많이 나왔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의 강점은.
▲강점 중 하나는 국내 대학에서 분야별 전문가로 꼽히는 교수진을 모신다는 데 있다. 해외 대학 교수진도 함께 한다. 대학 대부분이 해당 대학 교수에게만 수업을 듣지만, 우리는 특정 대학에 국한하지 않고 실력 위주로 교수진을 구성한다. 관련 전공 분야에서 국내 최고 교수진이 학생들을 가르친다. 교수 평가를 통해 교육의 질도 높였다. 교수진 사이의 경쟁도 상당하기 때문에 수업의 질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이 위기에 봉착했다. 해결할 방안이 있나.
▲현재 학령인구가 줄면서 대학이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런데 시각을 바꿔 생각해 보면, 현재 상황은 수요보다는 공급이 문제다. 학령인구가 감소한다고 해도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에 대한 니즈는 계속될 것이다. 질 높은 교육을 통해 사회에서 필요한 인재를 키워내는 대학은 학령인구가 감소한다 해도 경쟁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 이와 함께 대학 졸업 후에도 평생교육을 받아야 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교육 수요는 늘고 있다. 대학이 현재 시대에 맞는 교육 체계를 갖춰 교육의 공급을 바꿔야 한다.
![[에듀플러스]문휘창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총장, “교육·연구 주제 일치시키자 연구 성과 높아져…미래 인재, 현실 대응 능력 갖춰야”](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04/07/news-p.v1.20250407.b30c0f8e27db4697895889209165ed4a_P1.png)
-대학들이 평생교육분야를 강화하고 있는데.
▲이제 평생교육은 필수다. 졸업 후에도 계속 공부해야 하는 시대라는 것이다. 제아무리 공자라고 해도 지금 시대에 태어났다면 평생 교육을 받아야 할 것이다. (웃음) 이제는 새로운 공부를 통해 스스로를 매력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우리 학교는 졸업생에게도 계속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 한 달에 한 번씩 교수와 졸업생이 함께 줌으로 만나 발표와 토론을 하는 '융합혁신 세미나'를 열고 있다. 매달 번갈아 가면서 졸업생과 교수의 발표가 이어진다. 졸업생은 근무 현장에서 느끼는 실질적인 이야기를 주제로 하고 교수는 학술적인 내용을 발표한다. 이것이야말로 학술 융합 교육이다.
-대학들이 유학생 유치 등 국제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는 어떤 방식으로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나.
▲우리가 가장 잘하는 분야가 글로벌 인재 양성이다. 현재 재학생의 90% 이상이 해외 대학 복수학위를 받는다. 재학생 대다수가 직장인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해외 대학으로 직접 가서 수업을 듣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런 상황을 고려한 방안이 관련 전공 프로그램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었다. 핀란드 알토대, 프랭클린대스위스(FUS), 스위스 로잔대 등과 연계하고 있다. 북경 사범대 등과도 전공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AI 시대, 국내 대학의 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보나.
▲'패스트 앤 퍼스트 무버(Fast and First Mover)', 즉 빨리 첫 번째가 돼야 한다. AI 관련 대학 교육의 경우 알고리즘, 이론 등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같은 대학이 맡고 우리와 같은 대학은 신기술이 만들어지면 실습 교육을 통해 각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전파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AI뿐 아니라 관련 기술 교육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디지털 기술 등 AI와 연관된 기술도 같이 가야 한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가 궁극적으로 양성하고자 하는 인재는 어떤 모습인가.
▲사회에 기여하는 인재를 키워내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이러한 사회적 리더는 실력이 있어야 한다. 실력은 지식, 지혜 두 가지를 뜻한다. 지식은 아는 것으로, 공부와 경험을 통해 키울 수 있다. 지혜는 의사 결정 능력을 말한다. 아무리 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어도 어떤 문제에 봉착했을 때 제대로 된 의사 결정을 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앞으로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는 각 분야의 다양한 문제를 풀어나갈 현실 대응 능력을 갖춘 이다.
-어려운 입시 과정을 뚫고 좋은 대학에 들어간다고 해도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 요즘 현실이다.
▲대학 교수를 30~40년 하면서 학생 때 공부를 잘했다 해도 왜 사회에서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을까 고민했다. 사회에서 성공하지 못한다면 왜 공부해야 하는가 라는 근원적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성공한 학생은 수업 태도, 공부 시간 등 성공방정식이 뻔하다. 그러나 사회는 성공방정식이 정해져 있지 않다. 사회에서 성공하려면,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여기에 자신의 핵심 역량을 접목해 시너지를 낼 때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다.
◆문휘창 총장=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영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미국 워싱턴대학교에서 국제 경영과 경영 전략으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원장, 한국 투자홍보대사,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2023년부터 제10대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총장을 맡고 있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핀란드 알토대(전 헬싱키경제대)와 1995년, 미국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학교와 1999년부터 공동 파트너로 복수학위 MBA 과정을 운영한다. 2018년 스위스 로잔비즈니스스쿨, 2018년 프랭클린 스위스대와 2021년 영국 런던 대학교와 2023년부터 복수학위 경영학 박사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기업 핵심 인재 및 경영자에게 국내 최대 규모의 석박사 중심의 대학원대학교로 경영전문대학원을 운영한다. AI 전문대학원으로도 인가받았다.
마송은 기자 runn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