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약품 시장, 11개월 연속 신기록…독감·노로바이러스 유행

우리나라 의약품 소매시장이 11개월 연속 판매액 신기록을 세우며 고공 성장을 이어갔다. 독감과 노로바이러스 등 겨울철 감염병 유행이 의약품 수요를 견인했다. 올해 1월 의약품 판매량이 정점을 찍은 뒤 2월에도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성장폭은 다소 둔화됐다.

8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2월 국내 의약품 소매 경상금액(판매액)은 2조7537억원을 기록, 전년 동월 대비 11% 성장했다.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이다.

서울 종로구 한 약국의 모습(자료: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한 약국의 모습(자료: 연합뉴스)

월 기준 의약품 소매 판매액이 2조7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2022년 3월(2조27408억원), 2024년 8월(2조7223억원), 12월(2조7625억원), 2025년 1월(2조8649억원)에 이어 다섯 번째다.

특히 올해 2월은 역대 2월 의약품 소매 판매액 가운데 최대치를 기록했다. 현재 국내 시장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11개월 연속 월 기준 최대 판매액 신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2월에도 의약품 수요가 대규모로 이어진 것은 의정갈등에 따른 장기처방 수요 지속에다 겨울철 유행 질병으로 인한 일반 의약품 구매가 큰 폭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유행한 독감은 올해 들어 절정에 이르렀다. 지난 1월 첫째주 인플루엔자 의심환자는 외래환자 100명당 99.8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월 중순엔 24.2명까지 줄었다. 하지만 이 역시 집중 감시가 필요할 정도의 유행 규모로, 독감에 따른 기침·감기, 해열제 등 의약품 수요를 꾸준히 늘렸다.

월별 국내 의약품 소매 경상판매액(단위: 억원, 자료: KOSIS)
월별 국내 의약품 소매 경상판매액(단위: 억원, 자료: KOSIS)

10년 만에 환자 수가 가장 많았던 노로바이러스 역시 2월 의약품 판매를 견인했다. 1월 469명으로 최대치를 갈아 치웠던 노로바이러스 환자 수는 2월 중순 들어서도 432명이나 발생하는 등 유행이 이어졌다. 여기에 급성 위장관염인 로타바이러스 감염증 환자 역시 2월 한 주에만 160명 넘게 발생하는 등 겨울철 유행병이 크게 확산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겨울철엔 독감과 노로바이러스 등이 유행하지만 올해는 발생 규모가 커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면서 “이에 따라 처방 의약품뿐 아니라 약국에서 판매하는 일반 의약품 수요도 덩달아 높아져 소매 시장이 활성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 2월은 1월 대비 3.8% 역성장하며 지난해 9월부터 이어진 전월 대비 성장세를 마감했다. 1월이 역대 월간 판매액 최대를 기록한 탓도 있지만. 겨울철 유행병이 점차 완화된 영향도 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