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든, 개인이든 돈의 움직임에 관심이 높다. 어느 시대나 마찬가지였지만, 특히 최근엔 투자 영역과 범위가 사실상 무한대로 확장되다보니 유망한 곳을 찾아 내기가 더 어려워졌다. 기업들도 인수합병(M&A) 뿐 아니라, 미래 기술 및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여러모로 투자처를 물색하지만 쉽지않은 실정이다.
이런 면에서 8일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딥테크(Deep-Tech) 10대분야 벤처투자 동향'은 앞으로 우리 산업지도가 어떻게 그려질 것인가에 대한 윤곽을 그려줬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만한다. 말그대로 기술 중에서도 심도 있는 기술축적이 필요하고, 당연히 당장 성과보다는 5~10년 정도 후의 폭발적 성장을 기대한다면 더 주목성이 커진다.
벤처투자는 어떤 경기 흐름에서든 선행적 성격을 띤다. 벤처 기업 특성과 성장 곡선엔 도전성이 가미될 수 밖에 없다. 더구나 딥테크 10대분야는 아직 현실에선 옥석이 구분되지 않은, 누가·언제 성공할지 모르는 분야라 의외성이 더 크다. 그래도 벤처투자가 어떤 분야에 이뤄지고 있고, 그 분야가 최근 수년간 어떤 투자 흐름을 탔는지는 매우 중요한 참고지표가 될 수 있다.
현실에서 이미 큰 주목을 받듯 성장 가능성으로 따진다면 단연 인공지능(AI)·시스템반도체·로봇·친환경기술 4개 분야가 돋보인다. 지난해 AI분야 벤처투자액은 9694억원으로 전년 대비 75.1%나 급성장 했다. 이 뿐 아니라 근년 추세 있어서도 지난 2020년 투자액 3435억원에 비해 2.8배나 커졌다. 시스템반도체와 친환경기술도 지난 5년 동안 투자액 규모가 각각 4.9배, 3.3배 늘었다. 로봇분야 벤처투자액은 지난 2020년 대비 지난해 무려 10배 이상 폭증했다.
물론 지난해 딥테크 10대 분야 중 최대 벤처투자액을 기록한 바이오헬스케어(1조2140억원)가 유망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현재 투자액은 미미하지만 양자기술(118억원), 차세대원전(135억원)도 우리가 절대 놓쳐서는 안되는 분야임이 분명하다.
더욱 분명한 것은 현재 벤처투자 트렌드가 가까운 미래 우리 산업 지형으로 고스란히 투영된다는 점이다. 해당분야 벤처들이 가장 갈구하는 기술개발 촉진과 시장·수요 조성에 정책적 역량이 집중돼야하는 것도 자명해진다. 벤처가 미래 산업의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투자와 정책 자양분이 충분히 공급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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