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식재산권 소송은 정수기 이외에 TV 분야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독일 뒤셀도르프 법원으로부터 중국 TCL 독일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상표권 침해 가처분 소송에서 인용 판결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TCL TV 제품 '넥스트 프레임'이 삼성전자가 2017년부터 판매 중인 '더프레임'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독일 재판부는 더프레임과 넥스트프레임의 혼동 가능성을 발견했다며 삼성전자 손을 들어줬다. 가처분에 이어 본안 소송 판결은 하반기에 나올 전망이다. 본안 소송 판결이 결정되면 TCL은 유럽연합(EU) 지역에서 넥스트 프레임 상표로 TV를 판매할 수 없다.
LG전자도 2021년 TCL이 TV 기술 특허를 침해했다며 미국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에 특허 기술 침해 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2023년 TCL이 LG전자에 로열티를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한국 기업이 중국 '유사품'을 국내에 공급한 특허 침해 사례도 있다.
LG전자는 2023년 12월 피디케이이엔티(옛 피디케이전자·이하 PDK)가 스탠바이미 유사 제품 '터치톡'을 국내에 팔았다며 특허 침해 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PDK는 수입 재고 전량을 중국으로 반품하고 추가 판매를 중단했고, LG전자는 소를 취하했다.
이후 LG전자는 지난해 2월 이동식 무선 TV '스탠바이미' 관련 상표를 한국과 미국에서 다수 출원했다. 유사 상표가 난립하는 걸 막기 위해 띄어쓰기·철자·대소문자를 조금씩 바꾼 상표를 등록해 특허 방어에 나선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지식재산권을 침해할 경우 경제적으로 큰 불이익이 되는 사회적 규범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광형 지식재산위원회 민간위원장(카이스트 총장)은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큰 불이익이 되도록 사회 풍조를 정착시켜야 한다”며 “정부도 애초에 무효가 될 특허면 강력하게 특허를 심사해 특허를 주지 말고, 특허가 획득됐다면 이를 제대로 보호해야만 한다”고 역설했다.
카피캣 기업의 베끼기로 혁신기업 기술 개발 원동력이 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전기억 공익변리사상담센터 소장은 “카피캣은 일종의 무임승차”라면서 “기술 개발(특허)에 많은 비용을 쓰지 않으면서 선발 주자 제품보다 훨씬 세련된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선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소비자)이 보기에는 성능 면에 큰 차이도 없으니 선발주자의 시장경쟁력은 크게 흔들리게 된다”며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면 혁신 기업들의 입지가 약해지고, 기술 혁신이 일어나기 어려워진다”고 덧붙였다.
임중권 기자 lim918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