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가 보건복지부와 산업통상부가 각각 추진 중인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법안의 일원화를 추진한다. 의료 인공지능(AI)과 보건의료데이터 활용을 뒷받침할 법제화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부처별 유사 입법이 이뤄질 경우 정책 주도와 규율 체계에 혼선이 생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4년여간 표류해온 디지털 헬스케어 법제화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24일 정부 기관에 따르면 AI전략위원회 내 법률 태스크포스(TF)는 바이오헬스 분야 AI 관련 법안 검토 과정에서 보건복지부의 '디지털 헬스케어 및 보건의료정보 활용 지원에 관한 법률안'과 산업통상부의 'AI 바이오헬스 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 간 중복성이 상당하다고 판단하고, 조정을 권고하기로 했다.
법률 TF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활성화를 위한 연구개발, 전문인력 양성 지원, 위원회 설치 등 핵심 영역이 상당 부분 겹친다고 본 것으로 알려졌다. 양 부처에 법안 간 조문 정리 등을 제언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하고, 조만간 이 같은 내용을 전달할 예정이다.

복지부의 디지털 헬스케어법안은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이 주축이다. 환자가 자신의 의료정보를 주도적으로 활용하고 의료AI, 신약 개발, 의료기기 연구 등에 필요한 데이터 활용 근거를 명확히 하는 것이 핵심이다.
보건의료정보 가명처리 절차, 의료 마이데이터를 위한 전송요구권, 건강정보 고속도로 운영 근거, 전문인력 양성 등을 담아 안전한 보건의료정보 보호·활용 기반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산업 진흥을 위해 '디지털 헬스케어 특화 규제 샌드박스'를 신설하는 조항도 포함했다.
산업부는 디지털헬스산업 육성에 방점을 둔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송기헌 민주당 의원 공동발의안을 중심으로 입법을 추진해왔다. 산업부 장관이 5년마다 디지털헬스산업 육성·지원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산업부 산하에 AI바이오헬스산업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시범사업, 우수기업 인증, 조세특례, 전문인력 양성, 종합지원센터 설치 등 산업 진흥 수단도 담았다.
복지부 안은 보건의료정보의 생성·보호·활용에, 산업부 안은 AI바이오헬스 제품과 서비스의 개발·보급·산업화 지원에 각각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그러나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핵심 자원이 의료 데이터인 만큼 데이터 활용과 산업 지원 체계가 별도로 설계될 경우 현장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중복 심의나 중복 지원이 발생하거나 반대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규제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성장성이 유망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을 놓고 지난 2022년부터 4년 동안 부처 간 밥그릇 싸움이 이어지면서 업계 불확실성도 지속됐다. 더 이상 디지털 헬스케어 법제화가 늦어지면 안 된다는 위기 의식도 크다.
법률 TF 권고가 이뤄지면 두 부처는 조정 절차를 거칠 전망이다. 복지부는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법을 놓고 시민단체, 의료계, 산업계 등 각계 의견을 수렴해 왔으며 최근 공청회도 개최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올 하반기 정기국회 통과를 목표로 업계 의견을 수렴해 법안을 보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법률 TF 권고를 받더라도 의원안인 만큼 부처가 직접 움직이기는 쉽지 않은 면이 있다”며 “유관 부처와 사안을 파악해보겠다”고 밝혔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