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휴머노이드 시범 보급을 확대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별도 안전 가이드라인 마련 작업이 시작됐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로봇산업진흥원 등은 휴머노이드의 안전성과 성능을 평가하기 위한 가이드라인과 검증 기준 마련에 착수했다. 현재 관련 부처와 초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실제 로봇 시험을 비롯한 산업 현장 의견을 반영해 세부 기준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휴머노이드 가이드라인은 내년 약 1700대 로봇을 직접 구매·보급하고 2030년까지 누적 약 1만5000대로 확대한다는 정부 계획에 따른 대응이다. 정부는 이 가운데 국산 휴머노이드 250대를 내년 직접 구매해 대학과 국책연구기관 등에 보급하고, 2030년까지 누적 구매 규모를 1080대로 확대할 방침이다.
문제는 국내 휴머노이드 기업 대부분이 대량 생산 경험이 부족한 데다 적용할 국제 안전표준도 없다는 점이다. 정부와 대구시가 올해 '휴머노이드 로봇 안전인증센터 구축사업'에 착수했지만 센터 완공 목표는 2030년으로, 내년 시작되는 보급사업보다 늦다.
휴머노이드는 기존 산업용 로봇보다 안전 기준을 만들기 어렵다. 고정된 로봇팔과 달리 전신을 이동하는 만큼 무게와 보행속도, 관절 출력뿐만 아니라 전도 시 충격, 사람과의 접촉, 물체 낙하, 인공지능(AI) 오판까지 고려해야 한다.
현행 산업안전보건 체계는 산업용 로봇에 안전펜스 등 방호조치를 요구한다. 이를 휴머노이드에 그대로 적용하면 사람과 같은 공간을 이동하며 협업한다는 도입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일부 기업은 규제샌드박스를 활용하거나 별도 방호조치를 마련해 실증에 나서고 있지만 작업공간을 다시 설계해야 하는 등 부담이 크다.
국제표준화기구(ISO)도 'ISO 10218' 등 기존 산업용·서비스 로봇 안전규격을 바탕으로 휴머노이드에 필요한 평가항목을 확장하는 단계다. 업계는 전용 안전표준이 구체화하려면 빨라도 2029년 전후가 될 것으로 봤다.
휴머노이드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은 정부와 기업이 함께 실증 데이터를 축적하며 가이드라인과 국가표준 마련을 병행하고 있다. 유비테크, 유니트리, 애지봇 등 분야별 주요 기업과 연구·시험기관이 참여해 일반, 산업, 가정, 공공서비스 등 적용 분야별 안전기준을 개발 중이다.
로봇업계 관계자는 “현재 산업용 로봇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휴머노이드가 이동할 때마다 안전펜스 등 별도 조치가 필요해 실제 현장 활용이 힘들다”며 “사람과 협업하는 휴머노이드 특성을 반영하면서도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과 표준·인증체계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명희 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