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이 글로벌 인공지능(AI) 성숙도 평가에서 미국·중국·영국 등과 함께 최상위그룹에 처음 진입했다. 독자 AI 모델 개발 역량과 컴퓨팅 인프라 확충을 위한 대규모 공공 투자가 주효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20일 'AI 성숙도 매트릭스 2026' 보고서를 발표하고 우리나라와 일본을 최상위 그룹인 'AI 파이오니어'에 새롭게 포함했다고 밝혔다. BCG가 보고서를 작성한 지 2년 만의 성과다.
AI 파이오니어는 AI 준비도가 가장 높은 국가 그룹이다. 기존에는 미국, 중국, 영국, 캐나다, 싱가포르 등 5개국이었지만 한국·일본 합류로 AI 파이오니어 국가는 7개국으로 확대됐다.
BCG는 한국의 성숙도 상승 배경으로 자체 AI 모델 개발과 컴퓨팅 인프라와 AI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정부 투자를 꼽았다. 보고서는 “한국은 자체 AI 모델 개발에서 리더십을 보여줬으며 AI 생태계 조성과 컴퓨팅 역량 구축에 대규모 공공투자를 집중했다”고 분석했다.
앞서 글로벌 AI 모델 성능을 종합 평가하는 아티피셜 애널리시스(AA)가 우리나라를 미국·중국에 이어 3위로 평가하고,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 '2026 AI 인덱스'에서 주목할 만한 AI 모델 개발 부문 세계 5위권에 이은 글로벌 성적표다.
이번 보고서는 세계 75개국 경제권 대상 33개 지표를 분석했다. AI가 산업과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인 'AI 노출도'와 AI 기술을 활용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준비 수준인 'AI 준비도'를 종합 평가했다.
AI 준비도는 국가적 목표, 인재 역량, 정책·규제, 투자, 연구·혁신, 생태계 등 6개 영역으로 측정했다. 특히 올해는 AI 컴퓨팅 역량과 국내 모델 개발, 규제 관련 지표 3개를 새롭게 반영했다.
한국과 일본을 비롯해 그리스, 체코, 칠레, 리투아니아, 에콰도르, 나이지리아 등 8개 국가가 2024년 대비 AI 준비도가 상향된 것으로 확인됐다.
BCG는 국가 간 AI 경쟁력의 핵심 기준이 전략 수립에서 실행 역량으로 이동했다고 진단했다. AI 투자와 제도 개선을 얼마나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실제 산업 역량으로 연결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국가가 이미 AI 전략을 발표한 만큼 계획 자체로 차별화하기 어렵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 AI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AI 도입에 따른 변화는 언어·코드 처리 중심 지식 노동에 집중돼 있지만, 향후 AI 에이전트와 피지컬 AI가 발전하면서 제조업·물류·농업 등 실물경제 전반으로 확산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가 차원에서 산업별 AI 활용 전략, 노동 시장 대응과 AI 인재 확보, 인프라 구축 등이 주요 과제로 지목됐다. 기업은 AI와 인간 협업을 중심으로 업무를 재설계하거나 기존 업무를 AI로 대체하는 선택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했다.
BCG는 “AI 준비도 향상 여부는 국가가 AI 기술 잠재력을 얼마나 빠르게 실질적인 경제적 가치로 전환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박종진 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