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국회에서 열린 'AI 활용 음악 신탁 기준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하며 인상적이었던 점은, 서로 다른 입장의 이해관계자들이 상당 부분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창작자와 권리단체, 음악산업계, 기술기업 모두 인공지능(AI) 음악의 급격한 확산에 따른 문제에 공감하고 있었다. 다만 각자의 입장에 따라 해결해야 할 과제의 우선순위에는 차이가 있었다.
최근 생성형 AI를 통해 누구나 손쉽게 음악을 만들고 유통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른바 '딸깍 음원'의 대량 유통은 저작권 신탁과 사용료 분배뿐 아니라 음악 플랫폼의 신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AI 활용 여부의 신고(Declaration), 생성 이력과 출처의 증명(Provenance), AI 생성 여부의 탐지(Detection), 소비자 표시(Labeling) 등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편 AI 음악의 형태는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하나의 음악에서도 가사는 사람이 쓰고, 보컬은 AI로 생성하며, 일부 악기는 기존 음원을 활용할 수 있다. 음악 전체를 AI 생성물인지 아닌지로 구분하는 것만으로는 이러한 변화를 충분히 다루기 어렵다. 가사, 멜로디, 보컬, 악기 등 구성 요소별로 AI 활용과 인간의 창작 기여를 확인하는 방식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기존 음악을 AI 생성 과정에 활용하는 문제도 있다. 어떤 음악을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용허락(Licensing)과 권리자의 참여 선택(Opt-in), 생성 과정에서 원본 음악의 기여를 추적하는 기여정보(Attribution), 그리고 이에 따른 수익배분까지 함께 고민할 부분이다. 특히 AI 리믹스와 같이 기존 음악을 활용하는 새로운 서비스에서는 이러한 기술과 권리 체계가 실제 사업의 기반이 된다.
글로벌 음악산업에서는 AI 학습과 생성에 대한 소송이 이어지는 동시에, 음반사와 AI 기업 간 정식 라이선스 계약도 확대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기존 음악산업에 AI가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디지털 음원 유통도 처음에는 새로운 방식이었지만, 이제는 음악산업의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다. 적법한 라이선스와 권리관리 체계를 바탕으로 AI를 통한 새로운 유통 시장과 저작권 수익원을 만들어가기 위한 준비도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한국은 K팝을 중심으로 음악 제작과 유통, 플랫폼, 팬덤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패노메논(Fanomenon)과 같은 팬 참여형 문화에서도 볼 수 있듯, 음악은 단순히 감상하는 콘텐츠를 넘어 팬이 직접 참여하고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가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AI 리믹스도 이러한 변화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다. 적절한 라이선스와 수익배분 체계가 뒷받침된다면 창작자와 권리자, 플랫폼, 팬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AI 활용 신고와 탐지 등 실무적 현안은 빠르게 구체화하되, 창작물의 권리 인정과 보상 체계처럼 다른 콘텐츠 분야에도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보다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AI 음악의 신탁 기준 마련은 이러한 변화의 중요한 출발점이다. 이를 계기로 구성요소 단위의 권리관리와 라이선싱, 공정한 수익배분에 대한 논의도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한국 음악산업이 가진 경쟁력을 바탕으로 이러한 체계를 발전시켜 나간다면, AI 음악뿐 아니라 AI와 지적재산(IP)이 결합하는 새로운 콘텐츠 시장에서도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뉴튠 대표 이종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