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반도체 산업의 성능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AI가 요구하는 연산 성능이 기존 반도체 기술의 발전 속도를 앞지르면서다.
ASML코리아는 29일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전자신문 '테크서밋 2026'에서 기존 '무어의 법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기술과 3D 패키징, AI 공정 제어 기술을 융합한 차세대 반도체 제조 생태계 비전을 제시했다.
먼저 ASML은 빅테크 기업들의 인프라 투자 확대로 향후 몇 년간 데이터센터 컴퓨팅 성능 및 가속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봤다. AI 반도체 수요 성장률은 일반 반도체 대비 3배 이상 빠르며, 이로 인한 공급 부족 현상도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진단했다.
ASML은 2년마다 트랜지스터 수가 2배 늘어난다는 전통적 무어의 법칙만으로는 2년마다 10배의 트랜지스터 집적도를 요구하는 AI 칩의 요구사항을 충족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ASML은 2D 단면 미세화와 3D 적층을 결합한 방법을 제시했다.
일례로 엔비디아의 블랙웰 시스템에 적용되는 트랜지스터 수는 약 130조개다. 반면, 2027년 출시를 목표로 제시한 루빈 울트라 시스템은 약 1300조개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웨이퍼 투입량도 약 50장에서 250장으로 증가할 예정이다.
실제 AI로 촉발된 칩 부족 현상은 짧게는 5년, 길게는 2030년대 초반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명규 ASML코리아 상무는 “AI 반도체 칩은 일반 AI 칩 대비 매년 연평균 약 20%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며 “이미 재작년부터 AI와 관련된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앞으로는 더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ASML은 2D 미세화 분야에 'High-NA EUV'를 도입하기로 했다. High-NA EUV는 기존 0.33 NA 시스템 대비 로직 공정에서 최대 24%, 디램(DRAM) 공정에서 최대 37%의 패턴 형성 비용을 절감해 공정 단순화를 이끌어낸다. 회사는 향후 광원 출력을 1kW 이상으로 올리고 플랫폼 공통화를 통해 유연성을 높일 계획이다.
또 반도체를 수직으로 쌓아 집적도를 높이는 3D 기술에 맞춰 ASML도 3D 패키징 및 하이브리드 본딩 등 첨단 패키징을 위한 대형 노광장비 라인업을 강화한다. ASML의 어드밴스드 패키징 전용 스캐너 'XT:260'은 기존 대비 3~4배 높은 생산성을 제공한다. 대형 오가닉 인터포저 패턴용 광역 스캐너를 통해 첨단 3D 구조 제조의 비용 및 생산성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구상이다.
또한 공정이 미세화·복잡화됨에 따라 발생하는 미세 결함을 잡기 위해 멀티빔 전자빔(e-Beam) 검사 장비 도입도 확대한다. 아울러 미스트랄 AI 등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팹(Fab) 내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공정 데이터를 AI 모델로 분석해 정밀도를 제어하고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로드맵도 추진한다.
이 상무는 “3D 디램은 2030년도 중반, 이르면 초반 정도부터 시제품을 포함해 제품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 같은 필요성은 지속 증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전소연 기자 so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