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 생산라인에 인공지능(AI) 비전검사 시스템을 도입, 기존 육안검사 인력을 다른 공정으로 재배치하는 등 전자산업 제조현장의 업무 방식이 바뀌고 있다.
고도화된 AI가 제조 현장에 투입되면서 반복적인 품질검사 등 단순 업무가 줄어드는 대신 조건 설정과 검증 등 예외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직무 역량이 더욱 필요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가 발간한 '전자산업 현장의 AI 활용과 직무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가전 제조기업 A사는 냉장고 도어 생산라인에 AI 비전검사 시스템을 도입해 품질검사 업무를 자동화했다. A사는 대형 가전기업의 1차 협력사로 유리 소재 등이 적용된 냉장고 도어를 생산·납품하고 있다.
A사는 국책과제를 통해 냉장고 도어의 모서리 네 곳을 카메라로 촬영하고 AI가 찍힘 등 결함 여부를 판정하는 비전 AI검사 시스템을 도입했다. 시스템 도입으로 기존 육안검사 작업자 2명은 다른 공정으로 재배치됐다. 품질관리 담당자의 역할도 변화했다. 제품을 직접 검사하는 대신 AI가 판정한 결과를 확인하고, 불량이 발생하면 관련 설비와 공정을 점검해 원인을 파악하고 조치하는 업무에 집중하게 됐다.

AI 도입으로 제조현장의 반복 작업을 줄이고 인력 활용 효율을 높였지만, 실제 운영 과정에서는 새로운 과제도 나타났다. A사는 제품 모델이나 사양이 변경될 때마다 카메라 위치와 검사 기준을 조정하고 학습 데이터를 추가로 확보해야 했다. 기존 생산관리시스템과 AI 검사 시스템을 연결하는 과정에서도 데이터의 정확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AI가 불량 여부를 판정하더라도 검사 결과를 검증하고 공정 이상에 대응하는 작업자의 전문성은 여전히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 같은 변화는 전자산업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가전 제어장치 개발기업 B사는 AI를 회로 설계와 부품 선정 등에 활용해 제품 개발기간을 기존 약 3개월에서 3주~1개월로 단축했다. 전자기기 개발·생산업체 C사는 AI로 코드 작성과 검토를 자동화하면서 개발자가 직접 코드를 작성하는 비중을 10% 미만으로 줄였다.
그러나 산업현장의 AI 활용은 아직 초기 단계다. KEA 조사에 따르면 전자산업 사업체 가운데 AI를 활용 중인 비율은 11.7%에 불과했다. AI 활용 계획이 없는 기업은 67.9%에 달했다. KEA는 이러한 현장 수요에 맞춰 AI 활용 교육과 실습 중심의 인력양성 확대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KEA 관계자는 “전자산업 현장의 AI 도입이 생산성 향상이라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지만 이를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기 위해서는 기업별 데이터 확보와 기존 시스템 연계, 현장 인력의 직무 전환을 뒷받침하는 교육체계 구축이 과제”라고 강조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