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부동산 시장의 핵심인 강남3구에서 아파트 가격 조정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 초고가 신축부터 재건축 단지, 중소형 아파트까지 직전 거래가격을 크게 밑도는 거래가 잇따르면서 강남권 주택시장의 가격 방어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6일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4일까지 신고된 강남3구 아파트 거래 중 동일 단지·동일 전용면적의 직전 거래보다 5% 이상 낮은 가격에 체결된 사례는 총 16건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송파구가 8건으로 가장 많았다. 강남구와 서초구는 각각 6건, 2건이었다.
가격 하락 폭이 가장 컸던 사례는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다. 전용면적 84.98㎡가 57억원에 거래되면서 직전 거래가격인 71억5000만원보다 14억5000만원 낮아졌다. 하락률은 20.3%다.
강남구 개포동 성원대치2단지에서는 전용 49.86㎡가 14억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가격 20억2500만원과 비교하면 30.9% 낮은 수준이다. 다만 해당 거래는 1층에서 이뤄져 층수에 따른 가격 차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재건축 기대감이 반영돼 온 주요 단지에서도 가격 조정이 관찰됐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50㎡는 37억2700만원에 거래돼 직전 가격보다 3억3000만원 하락했다. 잠실엘스 전용 84.80㎡ 역시 33억원에서 31억원으로 낮아졌다.
이번 거래의 특징은 하락 사례가 특정 가격대에 집중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50억원대 초고가 아파트뿐 아니라 10억~30억원대 중소형 및 주요 단지에서도 가격 하락이 확인됐다.
시장에서는 대출 규제 강화와 고가 주택 보유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 세제 변화에 따른 매물 출회 가능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매수자들이 자금 조달과 향후 가격 전망에 신중해진 반면, 일부 매도자는 거래 성사를 위해 가격을 낮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격 지표도 약세를 나타냈다. 한국부동산원의 11월 2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강남구는 전주 대비 0.39%, 서초구는 0.37%, 송파구는 0.17% 하락했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아파트 가격은 0.07% 상승했지만 상승폭은 3주 연속 축소됐다.
다만 일주일간 신고된 16건만으로 강남3구가 본격적인 하락 국면에 진입했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 동일 면적이라도 층수와 향, 조망, 내부 수리 상태에 따라 실거래가격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함영진 랩장은 최근 강남권 시장에서도 가격 조정 압력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이번 흐름이 일시적인 급매물 소화 과정인지 시장 전반의 하향 조정으로 이어질지는 후속 거래의 가격과 거래량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 부동산 시장의 핵심 변수는 이제 호가가 아니라 실제 체결가격이다. 급매물 거래가 늘어나는 데 그칠지, 일반 매물까지 가격을 낮추기 시작할지가 향후 시장 방향을 가를 전망이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