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만원 줄께~'LTE폰 다단계' 충격 실태는…

판매점서 전문 딜러 모집 '다단계' 기승

“최신 LTE폰으로 바꿀 사람을 데려오면 현금 20만~60만원을 드립니다.”

6일 서울 지하철 2호선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단이 뿌려졌다. 전단에 적힌 전화로 연락하니 “가족과 지인 휴대폰을 바꾸게 연결해주면 연 1000만원 수입을 올릴 수 있다”며 영업사원으로 뛸 것을 권유했다.

통신서비스사업자가 LTE폰 가입자 유치에 사활을 걸면서 일선 휴대폰 판매점을 중심으로 주위 사람을 소비자로 끌어들이는 이른바 `다단계식 편법 영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당장 현금 인센티브에 현혹돼 고가의 LTE폰을 구매했다 매달 고액의 통신료를 물어내는 소비자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과거 유선통신 시장에 횡행하던 현금 지급 가입자 확보전이 LTE 시장까지 확산되며 편법 보조금 마케팅이 `사람 장사`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다단계식 영업은 주로 판매점이 `전문 딜러 모집`이라는 그럴듯한 광고로 이뤄지고 있다. 이들은 전문 딜러는 `무자본과 무점포로 투잡이 가능하다`는 식으로 홍보한다.

전문 딜러가 되려면 자신의 휴대폰을 최신 LTE폰으로 바꾸거나 판매점에 계약금 30만~40만원을 내면 된다. 일단 전문 딜러가 되려면 본인이 30만~40만원을 선투자하는 식이어서 본전을 찾기 위해서는 주위 사람들을 계속 소개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딜러 모집책으로 활동 중인 한 상인은 “딜러를 하려면 우선 LTE폰을 개통하고 사무실로 와 40분 교육을 받으면 된다”며 “휴대폰 종류에 따라 리베이트 금액이 달라지며 개통하려는 사람의 가입신청서와 신분증 사본을 보내면 된다”고 설명했다.

통신사업자 대리점과 하도급 계약을 맺은 판매점은 전문 딜러를 많이 확보하면 할수록 LTE폰 개통 실적이 높아져 전문 딜러 확보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판매점 한 관계자는 “통신사나 대리점이 특정 목표치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면 보너스로 판매 장려금이나 보조금을 더욱 늘려주기 때문에 전문 딜러 모집에 더욱 사활을 걸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때문에 현금 인센티브 유혹에 솔깃한 주부나 대학생 등이 딜러 신청에 나서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사회 경험이 별로 없고 영업 능력도 크게 떨어진다. 결국 자신이 20만~30만원의 보조금을 받고 당장 필요 없는 비싼 LTE폰을 2년 약정 가입하는 것에 그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더러는 친인척이나 친구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이지만 이들도 돈을 벌기보다는 자신들이 LTE폰 가입자로 머무르는 게 대부분이다.

전문 딜러 계약을 한 한 대학생은 “당장 20만원이라는 현금과 돈을 벌 수 있다는 착각에 휴학생이나 미취업 졸업생들도 많이 나서지만 돈을 벌기보다는 2년간 비싼 통신료만 물게 돼 후회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몇몇 딜러는 돈을 벌기 위해 불법 텔레마케팅(TM)까지 벌이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통신사업자는 이에 대해 일부 판매점이 자체적으로 벌이는 편법영업이어서 단속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통신서비스사업자 관계자는 “주로 지인을 기반으로 영업하는 딜러를 모집하는 전문업체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통신사는 이런 가입자 역시 정상 계약으로 보이기 때문에 단속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 같은 영업이 적발되면 판매점에 페널티를 주며 상태가 심하면 영업을 정지시킨다”면서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체 자정 노력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딜러 모집 형태에 현금 리베이트를 지급하는 것은 LTE 시장 과열을 부추기는 요소로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직접 제재는 할 수 없어 이통사에 자체 정화를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