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드라이브]`본 투 드라이브` 글쎄? 렉서스 RX 350 시승기

지난 17일 한국도요타가 렉서스 브랜드의 신형 `RX 350`을 출시했다. 파는 쪽에서는 `All New`라는 수식어를 붙였지만, 실은 기존 RX 350을 부분 개량한 페이스 리프트 모델이다. 그만큼 진지한 자세로 임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렉서스의 프리미엄 크로스오버 SUV인 RX는 1998년에 처음 나왔고, 3세대에 해당하는 현재의 모델은 2009년에 출시됐다. 3년 만에 시행된 이번 개량은 주로 외관 변화에 초점이 맞춰진 것처럼 보이지만, 엔진과 변속기 등 파워트레인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의 주행성능을 다듬는데도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렉서스가 새롭게 내세운 `본 투 드라이브(Born to Drive)`라는 슬로건에 맞는 제품을 내놓기 위해서다.

[신차 드라이브]`본 투 드라이브` 글쎄? 렉서스 RX 350 시승기

한발 앞서 출시된 신형 렉서스 GS의 슬로건을 그대로 들고 나온 것이 눈길을 끈다. 렉서스 GS는 이전부터 고성능 세단으로서의 존재감을 내세운 모델이니 그렇다 치지만, RX는 SUV이면서도 흙먼지 날리는 오프로드를 지양하며 정숙성과 고급감, 활용성을 강조해 `프리미엄 크로스오버 세단`을 자처했던 차량이다. 새 슬로건이 더욱 낯설게 보일 수밖에 없다. 이미지 쇄신을 위한 시도는 앞모습에 가장 크게 반영되어 있다. 새 GS에서 본격화된 렉서스의 새 패밀리룩 `스핀들 그릴`을 적용한 것이다. 아래 쪽이 좁아지던 라디에이터 그릴이 범퍼부근부터 다시 넓어지며 연장되는데, 얼핏 보면 세단 같은 느낌이 더 강해졌다. 헤드램프에는 LED 주간주행등이 화살촉 모양의 L자 형상으로 내장됐다. 마찬가지로 L자가 들어간 테일램프에는 GS처럼 공기역학적으로 주행안정성을 높여주는 핀 형상이 적용되었다.

외관과 달리 실내에서는 달라진 부분을 찾기가 어렵다. GS와 동일한 운전대가 적용된 정도다. 이 스티어링 휠은 `렉서스 마스터`로 불리는 전문 테스트 드라이버가 철저한 시험 주행 끝에 잡는 느낌까지 고려해 개발한 것이라고 하니 `본 투 드라이브`의 필수 요소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RX의 특징 중 하나인 햅틱 기술의 리모트 터치 컨트롤러는 2세대로 거듭나 조작감이 더 자연스러워졌다. 국내 업체의 한글 내비게이션이 적용돼 한결 친숙한 사용환경을 제공하는 것도 환영할 일이다. 앞 유리에 비춰지는 헤드업 디스플레이에는 주행 속도 외에도 변속기, DMB, 블루투스 등의 정보가 추가돼 운전 중 시선을 돌릴 일이 적어졌다.

실내도 그렇지만 새 RX의 변화는 잘 보이지 않는 곳들을 꼼꼼하게 챙긴 모습이다. 하체의 경우,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과 서스펜션을 손봐 전체적인 균형을 강화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차체 강성도 높였다. 사실 이처럼 주행 성능을 강조하다보면 승차감을 잃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적어도 일반 RX 350에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판매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주요 모델인 만큼 렉서스도 모험을 하지는 않은 모습이다. RX는 본분을 잊지 않았다. 솔직하게 반응하되 부드러운 승차감의 완성도는 끌어 올렸다. 다만 과격한 운전은 받아주지 못한다. 이 부분은 하반기에 출시될 `F SPORT` 버전의 몫으로 남겨졌다. 엔진과 변속기는 종전과 같다. 즉, 3.5리터 V6 가솔린 엔진으로 277마력을 내고, 6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전자식 4륜구동 시스템을 장비해 평상시에는 앞바퀴만 굴리다가 필요할 때는 자동으로 네 바퀴에 구동력을 배분한다. 주행은 여전히 부드럽고 정숙하다. 적어도 아직은, 굉음을 내며 역동적으로 달리는 RX의 모습을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민병권기자 bkmin@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