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 시내에 위치한 템포드룸. 오후 6시 시작하는 `삼성 모바일 언팩`을 앞두고 행사 시작 두 시간 전부터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곳에서 삼성전자 신제품을 보기 위해 줄을 섰다. 마술상자를 테마로 한 행사안내 포스터처럼 마술사가 등장한 후 삼성 모바일 언팩이 시작됐다. 마술지팡이가 한 번씩 돌아갈 때마다 삼성전자 `창조 전략`을 이끌 갤럭시노트2, 갤럭시 카메라, 아티브 시리즈가 차례로 선보였다.
◇갤럭시노트2, `노트 카테고리 신화 완성`=첫 번째로 등장한 마술은 `갤럭시노트2`였다. 지난해 `IFA 2011`에서 `갤럭시노트`가 선을 보인 지 꼭 1년 만에 나온 후속 모델이다. 갤럭시노트는 출시 초기 5인치 이상 대화면폰이라는 낯섦에도 `글로벌 텐밀리언셀러`를 달성한 카테고리 메이커다.
전작 인기를 등에 업고 나온 갤럭시노트2는 기존 제품보다 0.2인치 더 커진 5.5인치 HD 슈퍼 AM OLED 플러스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영화관과 같은 16:9 화면비율을 채택했다. 전작에 비해 세로 길이는 길어진 반면에 폭은 좁아졌다. 손에 쥐기 버거웠던 이전 모델보다 그립감이 한층 개선됐다. 무게는 180g으로 전작(178g)과 비슷한 수준이다.
구글 최신 운용체계(OS) `젤리빈`을 지원한다. 1.6㎓ 쿼드코어 프로세서, 3100㎃h 대용량 배터리를 갖췄다. 갤럭시노트2 스펙이 소개되자 장내에서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와 제품을 소개하는 신종균 사장 목소리가 묻히기도 했다.
`노트` 카테고리 창출 일등공신인 S펜은 더 똑똑해졌다. 장 다니엘 에임 삼성텔레커뮤니케이션 유럽 부사장은 “소비자가 보다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많은 기능이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이메일·일정·사진 목록에 S펜을 가까이 가져가면 내용을 미리 볼 수 있는 `에어뷰(Air View)` △통화 중 S펜을 꺼내면 자동으로 노트 창이 뜨는 `팝업노트` △동영상을 보거나 다른 기능을 이용할 때 S펜을 활성화하는 `이지 멀티태스킹` 등이 보강됐다.
고음질 MP3 음악 한 곡(10MB)을 2초에 공유할 수 있는 `S빔`과 스마트폰·스마트패드·PC 등 기기 콘텐츠를 쉽게 공유하는 `올셰어캐스트` 같은 삼성전자 스마트기기만의 차별화된 기능도 함께 누릴 수 있다.
S펜 애플리케이션도 다양하다. 몰스킨, 오토데스크, 테크스미스 등 S펜과 갤럭시노트2를 결합해 이용할 수 있는 앱이 늘어났다.
디자인은 크게 새로운 점이 보이지 않았다. 갤럭시노트2는 최근 출시된 `갤럭시S3` 연장선상에 있는 디자인으로 여겨졌다. 색상은 마블 화이트, 타이타늄 그레이 두 가지다.
갤럭시노트2는 5인치 폰 시장에서 고유 영역을 확보한 모델이어서 전작의 성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2를 10월 출시할 계획이다. 내달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애플 `아이폰5`와 정면 충돌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2가 새로운 카테고리 제품인 만큼 시장 수요를 이끌어 가는 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자신했다.
변수는 제품 가격이다. 언팩 행사에서 갤럭시노트2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해 갤럭시노트는 국내에서는 출시 초기 10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 때문에 소비자가 구매에 부담을 느꼈다. 갤럭시노트2도 심리적 방어선이 존재하는 100만원을 넘지는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카메라는 LG전자, 팬택 최신 스마트폰이 1300만 화소를 지원하는 것과 달리 종전 수준인 800만 화소에 머물렀다. 제조원가를 낮추려는 의도가 들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갤럭시 카메라 `보는 커뮤니케이션 시대 연다`=갤럭시 카메라는 삼성전자가 `보는 커뮤니케이션(Visual Communication)`시대 개막을 선포하며 내놓은 제품이다. 업계 처음으로 3G, 4G(LTE) 통신 기능을 카메라에 탑재했다.
갤럭시 카메라는 최신 안드로이드 OS 젤리빈을 탑재했다. 구글 플레이, 삼성 앱스토어 등에서 사진과 관련된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으면 다양한 형태로 카메라 기능을 확대할 수 있다.
와이파이는 물론이고 3G, 4G 이동통신망도 지원한다. 사용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클라우드 서비스에 접속해 시간과 장소 제약 없이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스마트패드와도 손쉽게 연결된다.
스티븐 테일러 삼성전자 유럽 부사장은 “`활자와 음성으로 소통하는 시대`에서 사진으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고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시각적 소통 시대`로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갤럭시 카메라는 안드로이드 플랫폼에 삼성전자만의 카메라 기술 역량을 추가했다. 1600만 화소 BSI(Back Side Illumination) CMOS 이미지센서에 광각 23㎜·광학 21배줌 렌즈가 적용됐다.
넓은 화각과 고감도 이미지 표현이 가능하다. 4.8인치 슈퍼 클리어 LCD로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 등을 더욱 실감나게 즐길 수 있다.
△밝은 환경에서도 피사체의 어두운 부분을 표현해주는 `리치 톤(Rich Tone)` △셔터스피드를 자동 조정해 빛의 궤적을 표현하는 `라이트 트레이스(Light Trace)` △사진 촬영 직후 바로 클라우드에 저장할 수 있는 `오토 클라우드 백업(Auto Cloud Backup)` 등 다양한 기능을 갖췄다.
◇아티브 시리즈 `윈도의 재발견`=삼성전자는 최신 OS `윈도8` 출시에 맞춰 윈도 스마트기기를 위한 새 브랜드 `아티브(ATIV)`를 발표했다. 아티브는 생활을 뜻하는 라틴어(VITA)를 역순으로 나열한 것이다. 보다 직관적 경험을 제공하는 스마트기기로 더 쉽고 편리한 모바일 라이프를 구현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삼성전자가 모바일 분야에서 안드로이드 비중을 낮추며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윈도 개발사 마이크로소프트 측면에서는 스마트폰 시대 전환 이후 약화된 윈도 입지를 다시 다지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언팩 행사에서 △컨버터블 노트북 `아티브 스마트PC 프로` `아티브 스마트PC` △10.1인치 스마트패드 `아티브 탭` △4.8인치 스마트폰 `아티브 S` 네 가지 신제품을 공개했다.
아티브 스마트PC는 터치패드 방식 스크린을 키보드와 탈착할 수 있는 제품이다. 평상시에는 노트북처럼 사용하다가 동영상 감상이나 이동 시에는 키보드를 분리해 스마트패드로 전환할 수 있다. 3G와 4G 이동통신망도 지원할 예정이다. 노트 시리즈의 성공 주역 S펜이 탑재됐다. S펜으로 노트북 터치 스크린 공간에 필기와 그림그리기 등을 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노트북, 스마트패드, 스마트폰 등 아티브 라인업 전체에 걸쳐 동일한 사용자 경험과 편의성을 제공할 계획이다.
윈도 스마트폰 아티브 S는 언팩 행사장에서 발표됐지만 제품 시연장에는 전시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삼성전자가 노트북, 스마트패드와 스마트폰을 연계해 윈도폰 생태계를 확대한다면 윈도 진영에는 큰 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