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하지 않고 장기간 방치한 애플의 아이폰4 배터리가 과방전으로 터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오랜 시간 충전하는 것보다 오히려 방치하는 게 더 위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첫 사례다. 높은 온도에 노출됐거나 외부 충격 흔적이 발견되지 않아 업계의 대책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본지가 해당 스마트폰을 확보해 국내 한 대기업 기술연구소에서 정밀 분석한 결과 배터리의 잔여 전류가 자연 방전되는 과정에서 필요 이상의 방전 활동이 장기간 지속돼 배터리가 발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불꽃이나 화재 흔적은 없었지만 전기 쇼트 전 단계로 폭발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2차전지 특성상 사용(충·방전)하지 않고 장기간 방치하면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해당 아이폰4는 리튬이온 폴리머 2차전지로 4개월간 방치 중에 미세한 잔여 전류가 화학반응을 일으키면서 분해가스 증가로 배터리가 팽창했다. 이후 배터리 폴리머가 내부 압력을 견디지 못하면서 전해액과 분해가스가 외부로 배출됐다. 일반적으로 충·방전은 2.5~4.2V 전압에서 이뤄지는데 해당 제품은 2.5V 이하에서 전압이 떨어지면서 필요 이상의 과방전이 진행된 것이 사고 원인으로 작용했다.
배터리 측면 등 두 곳에 DENT(표면의 움푹한 곳)가 발견됐으며 CT촬영 결과 분리막 등의 Alignment(중심 맞추기)에도 미세한 이격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내부 쇼트 현상이나 양·음극제, 분리막의 융해(Melting)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소 관계자는 “외부충격이나 찜질방에서의 스마트폰 사용으로 배터리 사고가 일어날 수 있지만 이 같은 사고는 처음 있는 일”이라며 “설정된 방전 종지전압보다 전압이 낮아지면서 발생한 사고가 유력한 배터리 불량 사고”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대부분의 2차전지 사고는 과방전이 원인인 때가 많은데도 소비자는 충전시간이 길지 않으면 괜찮다고 여기지만 오히려 장시간 충전기에 물려두는 게 더 안정적”이라며 “이 사고는 장시간 방치하는 게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음을 증명한 첫 사례”라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