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해변이나 강원도 산간지역에서 시원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풍력발전기. 발전기 날개는 웬만한 건물 한 동 높이다. 멀리서보면 단순한 바람개비지만 다가가서 보면 어마어마한 크기에 놀란다. 최근 들어 풍력발전기가 대형화하면서 날개(블레이드) 길이도 점점 길어지는 추세다.
풍력발전기 블레이드 소재가 진화하고 있다. 대형화하는 블레이드의 무게를 줄이는 게 목표다. 기존 유리섬유를 대신해 탄소섬유가 블레이드의 주요 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탄소섬유를 적용한 블레이드가 풍력 발전 시장에서 각광 받고 있다. 덴마크 베스타스, 독일 리파워, 프랑스 아레바 등 유수 풍력 업체들이 대형 풍력발전기에 탄소섬유 블레이드를 채택하고 있다. SK케미칼은 미쓰비시레이온과 협력해 블레이드용 프리프레그(탄소 원료 복합소재)를 개발·생산할 계획이다.
탄소섬유 블레이드가 각광받는 것은 풍력발전기가 빠르게 대형화 되면서 `경량화`가 숙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풍력발전기 설비 용량이 기존 750㎾~2㎿에서 5㎿ 이상으로 커지면서 약 40m였던 블레이드 길이도 60~80m 수준으로 늘었다. 블레이드 길이가 늘어나면 그만큼 무거워지기 때문에 발전 효율이 떨어진다. 탄소섬유는 유리섬유보다 강성(변형에 저항하는 정도)은 3배 높고, 밀도는 20~30% 낮다.
업계 한 관계자는 “블레이드 길이가 3배 늘어나면 부피는 세제곱으로 커지는 셈”이라며 “풍력발전기 대형화에 따른 무게 증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소섬유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탄소섬유가 보다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블레이드의 주요 소재로 확산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탄소섬유는 ㎏당 약 20달러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다.
손충렬 목포대학교 석좌교수는 “탄소섬유 품질이 우수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은 가격이 높아 경제성 확보가 쉽지 않다”며 “대량 양산 체제 구축 등을 통해 가격을 낮추는 게 숙제”라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