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안드로이드폰 대표주자였던 HTC가 속절없이 추락했다. 애플에 이어 스마트폰 2인자까지 노린 HTC의 날개가 꺾인 까닭은 무엇일까.
21일 시장 조사기업 스트래티지어낼리틱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HTC, 노키아, 블랙베리는 시장점유율이 대폭 하락하고 LG전자, 화웨이, 소니 등이 치고 올라왔다.
이 중 HTC는 세계 최초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만들며 무서운 기세로 성장가도를 달리다 급속도로 위축되는 모습이다.
HTC는 최고 성적을 거뒀던 2011년 4월 시가총액 338억 달러를 기록하며 세계 최대 휴대폰 업체 노키아(336억달러)를 제쳤다. 2년이 지난 지금 HTC 시가 총액은 76억 달러로 하락했다.
HTC는 2010년 세계 시장점유율 8%에서 2011년 9.1%에 달하며 정점을 찍고 지난해 4.4%까지 떨어졌다. 1년 만에 HTC 점유율이 반 토막 났다. 아이폰을 잡겠다던 HTC의 야망은 삼성전자의 약진함께 물거품이 됐다.
타이완의 작은 거인 HTC가 추락한 원인은 △브랜드 파워 △통신사 관계 △품질 문제로 요약된다.
미국 테크써트닷넷은 HTC가 가장 잘나가는 안드로이드를 채용했지만 스마트폰에 대한 일관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지 못한 것이 점유율 하락을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블랙베리는 운용체계 신 버전이 늦었고 노키아는 윈도폰을 채용했지만 성장이 어려운 것과 비교된다.
최근 성장세로 돌아선 LG전자와 소니는 제품 라인업을 완성하고 브랜드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HTC가 여러 단말기와 서브 브랜드를 발표하면서 사용자 혼란이 가중됐다는 것이다. 테크써트닷넷은 HTC가 시리즈를 집약해 통합된 브랜드 이미지를 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신사와 관계도 HTC 발목을 잡았다. 2010년 HTC에 뒤지던 삼성전자는 세계 통신서비스 기업과 우호적인 관계를 기반으로 단숨에 HTC를 뛰어넘었다. 노트북 생산업체에서 주문자상표(OEM) 전문업체였던 HTC가 단시간에 넘어서기 어려운 벽으로 작용했다.
국내 한 통신사 관계자는 “한국에서도 매끄럽지 못한 비즈니스로 통신사와 관계가 악화되는 등 국가별 이동통신 상황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품질 문제도 대두했다.
HTC는 에프터서비스(AS) 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은 물론 운용체계(OS) 업그레이드가 매우 느렸고 하드웨어 품질 관리도 미흡했다. 최근 내놓은 플래그십 `HTC 원` 역시 출하가 연기될 전망이다. 부품을 확보하지 못한데다 알루미늄 유디 바디로 된 케이스 제작에 어려움을 겪는 등 공급망관리(SCM)에서 허점을 드러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
HTC 글로벌 점유율 변화 추이
자료: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