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도 명품처럼 `한정판` 좋아요!

“`아이언맨 면도기` 구할 수 없나요.”

영화 `아이언맨3`가 누적관객 60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영화는 극장을 찾으면 쉽게 볼 수 있지만, 필립스의 아이언맨 면도기는 아무데서는 구할 수 없다. 세계 최초 개봉에 맞춰 우리나라에서만 20대 한정 제작된 제품이기 때문이다. 면도기 대당 가격만 500만원을 호가한다. 이벤트용으로 제작돼 웃돈을 주고도 구하기 어렵다.

위니아만도 프리미엄 냉장고 프라우드 김중만 스페셜 에디션.
위니아만도 프리미엄 냉장고 프라우드 김중만 스페셜 에디션.

12일 가전업계에 한정판 마케팅 바람이 불고 있다. 한정판은 소량으로 생산해 소비자에게 디자인 차별성을 부각시키고 소장가치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명사를 활용해 이목을 모으는 것은 물론이고, 프리미엄 제품으로 브랜드 상승효과를 노릴 수도 있다.

한국후지필름은 한정판 마케팅을 가장 잘 활용하는 대표적 기업이다. 이 회사는 즉석 카메라 `인스탁스`에 다양한 캐릭터, 패션, 디자이너와 협업을 시도해 한정판 마케팅으로 판매를 늘리는데 성공했다. 유행이나 패션에 민감한 여성이 주요 고객인만큼 `할로윈 에디션` `크리스마스 에디션` 등 기념일 마케팅까지 적극 활용했다.

영국 패션브랜드 캐스키드슨과 손잡고 지난 3월 내놓은 `인스탁스 미니25 캐스키드슨`은 당시 예약 판매만으로 준비된 물량이 모두 팔려나가는 성과를 거뒀다. 한국후지필름은 서둘러 추가 물량을 풀었다. 이 제품 역시 국내에서만 선보인 것으로 일본, 중국, 영국 등에서도 판매 문의가 이어졌다. 국내 마케팅팀이 주도해 해외 라이선스 계약과 협업을 이끌어냈다.

한국후지필름 관계자는 “세계 유일의 즉석 카메라라는 제품 특성과 차별화된 개성을 중요시 여기는 소비자 특성이 한정판 마케팅과 잘 맞아떨어졌다”며 “한국 지사에서 먼저 시도한 캐릭터 한정판이 인기를 모으면서 해외지사에서도 이를 도입하거나 제품 판매를 요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최대 용량의 프리미엄 냉장고 `프라우드`를 내놓은 위니아만도도 유명 사진작가 김중만씨의 작품을 활용한 한정판을 선보였다. 102가지 맞춤과학 기술이 적용됐다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1020대만 제작했다. 최고급 사양으로 완성해 가격도 웬만한 명품 못지 않은 500만원대다.

아이리버도 지난해 말 내놓은 휴대용 음향기기 `아스텔앤컨`을 기본 색상인 블랙 외에도 골드와 실버 제품을 한정판으로 내놨다. 총 2000개가 제작됐으며, 이 중 골드 250대, 실버 250대가 국내 물량으로 나왔다.

아이리버 관계자는 “한정판을 내놓은지 아직 한 달이 되지 않아 절반 정도가 팔렸다”며 “고음질을 제공하는 기기 특성상 차별화된 디자인을 원하는 소비자 취향에 맞춰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