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문화로 읽다]시간 여행, `평행우주론`

드라마 '나인' 공식 홈페이지 캡쳐
드라마 '나인' 공식 홈페이지 캡쳐

여대생 소은은 우연히 고물 무전기를 하나 얻게 된다. 개기월식이 진행되는 어느 날 밤, 무전기가 `지지직` 울리면서 한 남자가 말을 건다. 같은 대학 광고창작학과에 다니는 지인이다. 둘은 다음날 학교 시계탑 앞에서 만날 것을 약속한다.

지인은 아마추어 무선통신 매니아다. 미지의 사람과 교신하기 위해 주파수를 돌리던 그는 같은 학교 영문과 소은의 화답을 듣게 된다. 둘은 다음날 학교 시계탑 앞에서 만나기로 한다. 다음날 소은은 공사 중인 시계탑 앞에서, 지인은 이미 완공돼 장대비가 내리는 시계탑 앞에서 서로를 기다린다. 소은이 사는 곳은 1979년 서울, 지인이 사는 곳은 2000년 서울이다. 무선기는 시간을 뛰어넘어 다른 세상을 사는 둘을 이어줬다.

영화 `동감`의 내용이다. 최근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나인, 아홉번의 시간여행` 주인공 선우도 두 개의 시공간을 넘나든다. 1992년과 2012년. 선우가 과거로 가서 어떤 행동을 하면 2012년 현재가 바뀐다. 선우는 9개의 향을 가지고 자신이 바라는 최선의 현재를 만들기 위해 시간여행을 한다.

시간을 넘나들고 싶은 마음은 인간의 기본 욕구인가보다. 숱하게 많은 소설·영화·애니메이션에서 주인공은 시간 여행을 한다. 이 내용은 시간이 한 방향으로 흐르는 게 아니라 여러 공간에서 쪼개져 있다는 발상에서 출발한다. 인류가 가장 멀리 측정할 수 있는 최대 거리는 410억광년이고, 어떤 또 다른 세상이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 아닌가.

과학자들도 타임머신은 언젠가는 발명될 수 있는 기계라고 생각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이론이 평행 우주론(다중 우주론)이다. 앨버트 아인슈타인은 빛이 오로지 파동이 아니라 작은 알갱이(입자)일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우주를 이루는 모든 물질은 입자로 구성되고 파동은 고정된 위치를 갖지 않는다. 입자가 파동이기도 하다면 한 입자는 동시에 두 장소에도 있을 수 있다.

앨런 구스는 팽창이론으로 평행우주를 설명한다. 빅뱅 직후 우주는 무한하게 팽창을 거듭하고 있고 우리가 확인할 수는 없지만 원자와 분자의 배열이 반복되다 보면 결국 지금 우리와 똑같은 존재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이론이다. `우주의 구조` 저자인 물리학자 브라이언 그린은 앨런 구스의 논의를 확장했다. 팽창하는 우주뿐 아니라 암흑 에너지와 `끈 이론`을 끌어들여 다중 우주를 설명한다. 공간 안에는 암흑에너지가 있어서 모든 은하계들은 서로를 밀어내면서 팽창한다.

초끈이론은 우주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를 양성자·중성자·전자같은 구(球) 형태의 소립자가 아니라 이보다 훨씬 작으면서 끝없이 진동하는 가느다란 끈으로 보는 이론이다. 우주는 그 끈이 끝없이 진동하면서 만들어진다고 가정한다. 끈이 진동하는 유형에 따라 입자마다 고유한 성질이 생기고 우주는 영원히 성장과 수축을 반복한다. 우리가 살고있는 우주 외에 다른 우주는 각각의 물리 법칙에 따라 존재하며, 평행 우주도 존재한다고 본다.

어떻게 보면 허황된 것도 같지만 나와 똑같은 다른 존재가 살고 있는 또 다른 지구별이나 과거와 미래의 시공간을 넘나들 수 있다는 개념은 꽤 많은 물리학자들에 의해 지지받고 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