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남대문로 서울스퀘어에서 강원도 인제군 인제스피디움까지 175㎞ 구간에서 메르세데스-벤츠 프리미엄 콤팩트카 `A클래스`를 시승했다. 3인 1조로 50~60㎞ 씩 주행했으며 인제스피디움에선 서킷 고속주행도 경험했다. 시승한 차는 A 200 CDI, A 200 CDI 스타일, A 200 CDI 나이트 중 가장 상위 모델인 나이트였다. 아무래도 기본 모델이나 스타일 모델과는 차이가 있으니 이를 감안해야 한다.
벤츠 측은 A클래스에 자사 콤팩트카 디자인 언어인 `스포티하면서도 볼륨감 있는 세련미`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차를 직접 보면 대체로 수긍이 가는 말이다. `세 꼭지 별`을 달고 납작 엎드려 질주하는 맹수를 연상케하는 날렵한 분위기를 풍긴다. 특히 절제된 근육질 몸매를 뽐내는 뒷모습이 인상적이다. 확실히 젊어보인다. 완숙미의 벤츠가 시장 저변을 넓히는데 반드시 필요한 이미지 변신이기도 하다.
본체와 헤드레스트 일체형 카시트는 온 몸을 편안하게 감싸준다. 가죽 마감으로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항공기 조종석을 본땄다는 계기판과 에어컨 송풍구 등은 주행에 특화된 전문적인 기계라는 느낌을 준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무시할 수 없는 감성이다. 트렁크는 골프가방 한 개가 들어갈 정도의 넒이인데, 뒷좌석을 접으면 더 넓어진다.
나이트 모델에는 다른 모델에는 없는 한국형 내비게이션이 기본 장착됐다. 현대모비스와 공동 개발한 것이다. 기존 수입차의 `먹통` 내비게이션에 질린 사람이라면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 200 CDI와 200 CDI 스타일에도 달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스마트폰과 내비게이션을 연결하는 `스마트카` 기능을 추가, 최근 젊은 층을 겨냥해 스마트폰 연동을 강화하는 추세를 반영했다.
A클래스에는 1.8리터짜리 직분사 터보차저 4기통 디젤 엔진과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탑재됐다. 최고출력은 136마력, 최대토크는 30.6㎏·m이다. 어느 속도 구간에서도 급속히 치고나가는 맛은 느끼기 힘들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에 이르는 시간은 9.3초다.
그러나 소형차여도 벤츠는 벤츠다. 정말 잘 달린다. 시속 150㎞대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올라간다. 최고속도인 시속 210㎞에 근접했는데도 힘에 여유가 있어보였다. 고속에서 특유의 묵직한 맛은 여느 벤츠 모델 못지않았다. 가혹하다싶은 코너링 테스트에서도 밀리지 않고 깔끔하게 돌아나가는 모습을 선보였다. 브레이크는 단단하게 꽉 잡히는 편이다. 나이트에는 고성능 버전인 `AMG라인`이 선택 사양으로 제공된다.
높은 연비는 A클래스를 돋보이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이 차의 연비는 복합연비 기준 18.0㎞/ℓ다. 고속도로 연비는 21.3㎞/ℓ에 달한다. 4세대 커먼레인 직분사(CDI) 기술과 터보차저를 채택해 연비를 향상시킨 것은 물론 디젤 엔진 특유의 떨림과 소음 등을 잡았다고 벤츠 측은 설명했다. 실제 이날 주행 중 실내에서 큰 소음을 느낄 수 없었다.
A클래스는 소형차지만 일반인으로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3490만~4350만원)는 아니다. 이에 대해 브리타 제에거 벤츠코리아 대표는 “A클래스는 그냥 소형차가 아니라 프리미엄 소형차”라면서 “이러한 차에 대한 구매욕구가 있다고 판단해 A클래스를 전격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젊은 층에겐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A클래스가 소형 수입차 시작 확대에 기여할 수 있을지 시장의 반응이 궁금하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