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S·갤럭시노트 시리즈 등 삼성전자 플래그십 스마트폰 모델의 하드웨어(HW) 혁신 속도가 점차 느려지고 있다.
스마트폰 제품 사이클이 점차 짧아진데다 생산 물량이 급속도로 늘었지만, 소재·부품 공급을 뒷받침할 경쟁력 있는 협력사는 여전히 부족한 탓이다. 신규 협력사를 발굴하거나 자체 소재·부품 생산 비중을 늘리지 못한다면 갤럭시 시리즈의 HW 혁신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당초 갤럭시S5 카메라에 손떨림 방지(OIS) 기능을 기본 채택하려다 최근 재검토에 들어갔다. 갤럭시S5용 OIS 공급 물량을 담당할 협력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다 생산 수율마저 저조한 상태기 때문이다. OIS 공급 부족으로 갤럭시S5 판매 전략에 차질이 생길까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갤럭시S5 파생 모델에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삼성전자는 당초 갤럭시노트3에 OIS 기능을 채택하려다 갤럭시S5로 연기했다. 그 사이 LG전자가 G2에 OIS 기능을 먼저 상용화했다. LG전자는 일본 미쓰미에 설비 투자를 하는 등 OIS 수급에 신경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G2 카메라의 OIS 기능을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해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과거에도 지문인식·커버유리 일체형(G2) 터치스크린패널(TSP) 등 신기술 적용을 위해 먼저 개발에 착수하고도 경쟁사에 선수를 뺏긴 바 있다. 지문 인식 기능은 애플과 팬택이 먼저 상용화했고, G2 TSP는 LG전자가 플래그십 스마트폰 기본 성능으로 채택하고 있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덩치가 커진 만큼 삼성전자 혁신 속도가 뒤처지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아직은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노키아·블랙베리처럼 혁신에 둔감해진다면 언제든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내 플래그십 모델 개발 조직이 검증된 중견 협력사들에 한해 거래 관계를 유지하려는 성향도 스마트폰 혁신을 가로막는 현실적 요인이다. 초기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할 때는 혁신을 장려하는 분위기가 강했지만, 지금은 선두에 올라선 만큼 변화보다는 `안정` 위주로 의사 결정이 진행되고 있다. 신생 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삼성전자에 제안해도 플래그십 모델에 채택될 가능성은 점차 희박해졌다. 파생 모델도 신규 협력사로 진입하기 쉽지 않다. 삼성전자가 새로운 기술을 검증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고, 공급 업체를 다변화하는 일도 번거롭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과 거래할 때에는 정부 규제가 많아 실무자 사이에는 연매출 1000억원 이상 중견 기업과만 협력 관계를 유지하려는 문화가 분명히 있다”며 “웬만한 기술이 아니고서는 중소기업 제품 승인에 관한 보고를 윗선에 올리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