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렉시블 디스플레이 1라운드 실패…새로운 수요처 발굴해야

한정 수량으로 내놓은 물량조차 안 팔릴 분위기

플렉시블 스마트폰에 대한 시장 반응이 기대 이하로 저조하자 디스플레이 업계가 사업 전략을 전면 수정하는 분위기다. 휘어지고 잘 깨지지 않는다는 점이 매력적인 요소가 될 것이라고 믿었던 업계는 연구개발(R&D)과 양산 투자 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는 내년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양산 투자를 최대한 신중하게 집행하면서 신규 수요처 발굴에 주력할 계획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당장 수율 문제가 있지만, 단계적으로 생산 능력을 확대할 계획이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당초 일반(리지드)과 플렉시블 겸용 라인을 수요에 따라 플렉시블 전용 라인으로 활용함과 동시에 A2라인에 추가 증설하는 방안도 갖고 있었다. 신규 라인 A3 역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우선 생산하는 안을 검토했었다. LG디스플레이도 저온폴리실리콘(LTPS) 라인 확장으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생산 능력을 늘릴 수 있는 체제를 갖춘 상황이다.

그러나 플렉시블 스마트폰이 한정 수량으로 내놓은 물량조차 팔리지 않을 분위기가 되면서 추가 투자 계획은 밀리게 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투입원판 기준 5.5세대(1300㎜×1500㎜) 월 8000장 설비를 갖추고 있으며, LG디스플레이는 4.5세대(730㎜×920㎜) 월 1만2000장을 생산할 수 있다. 두 회사 모두 수율이 50% 미만이라고 해도 월 몇만대 정도는 만들 수 있는 수준이다. 2세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연구와 1세대 제품 생산이 동시에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플렉시블 스마트폰에 대한 시장 반응이 냉랭하면서 투자확대에 대한 기대도 일축시켰다. 이에 따라 삼성·LG 내부에서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의 첫 수요처를 잘못 찾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볍고 깨지지 않으며 디자인 자유도를 높일 수 있는 2세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의 수요처는 스마트폰이 아닌 다른 기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또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애플 아이워치가 내년 출시될 것으로 알려져 제 3의 애플리케이션은 무엇이 될지 관심이 집중됐다.

업계 관계자는 “차라리 수율이나 가격 문제 때문에 판매가 저조한 것이라면 이를 개선하는 데 최선을 다하면 되겠지만 향후 진로가 더욱 불투명하다”며 “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차세대 먹거리를 찾기 위해 새로운 디자인이나 애플리케이션을 발굴하는 데 더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