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정부, '리쇼어링' 총력전…산·학·연 "정책 보완 없으면 '공염불'"

[이슈분석] 정부, '리쇼어링' 총력전…산·학·연 "정책 보완 없으면 '공염불'"

# '리쇼어링(제조업 본국 회귀)'이 국내 산업계 핵심 키워드로 급부상했다. 작년 7월 일본 수출규제에 이어 올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이어지면서 공급망 안정화가 최우선 가치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글로벌밸류체인(GVC) 재편 대비를 위해 리쇼어링 정책 수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해외로 향한 기업들을 국내로 불러들여 코로나19 종식 이후 공급망 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산업·경제 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파생 효과도 기대한다.

반면에 산·학·연에서는 우리 정부가 리쇼어링 정책에 실효성 높은 현장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각 기업이 실제 체감할 수 있는 과감한 혜택 없이 해외 진출 기업의 유턴을 촉진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미국을 비롯한 제조 선진국이 세재 혜택을 앞세운 강력한 리쇼어링 정책을 펼치는 가운데 효율성 높은 보완책이 요구되고 있다.

◇“해외 진출 기업, 모국으로 모십니다”

정부는 지난 2013년 '해외진출기업의 국내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법)를 마련, 리쇼어링 확산에 나섰다. 2018년에는 유턴기업 종합지원대책을 마련했다. 올해 3월에는 유턴법을 개정해 제조업으로 한정됐던 지원 대상 업종을 지식서비스산업과 정보통신업으로 확대했다. 또 국·공유 재산을 최장 50년간 장기 임대 특혜를 제공하는 등 인센티브를 확대했다.

이달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는 리쇼어링 기업에 대한 혜택을 대대적으로 확대하겠다고 예고했다. 세재 혜택을 비롯해 입지, 보조금 등 이른바 '종합 패키지형' 지원을 강화해 해외에서 국내로 돌아오는 유턴기업을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정부는 유턴기업에 수도권 공장총량제 범위에서 부지를 우선 배정할 예정이다. 범부처 차원에서 입지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밀착 지원에도 나선다. 서울·인천·경기에 연면적 500㎡ 이상 공장의 신·증설이 허용된 면적은 550만㎡다. 현재 절반 정도 소진됐다.

산업단지 입주를 희망하는 유턴기업에는 분양우선권을 제공한다. 임대 전용 산단이나 새만금 등에 맞춤형 용지를 공급할 계획이다. 산단 입주업종 변경 절차를 간소화한다. 유턴기업이 국내에서 안정된 보금자리를 구축할 수 있도록 입지 규제를 완화한다는 의미다.

전국을 대상으로 유턴기업 보조금도 신설했다. 비수도권에 한해 기업 당 100억원 한도로 지급한 보조금을 사업장 당 비수도권 200억원, 수도권 150억원(첨단산업 및 연구개발(R&D) 센터 한정)으로 책정했다.

유턴기업이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로봇 보급사원 지원한도를 기존 3억원에서 5억원으로 확대한다. 스마트공장 지원사업 대상으로 우선 선정하는 특혜도 제공한다.

세제 혜택도 늘렸다. 그동안 해외사업장 생산량 50% 이상을 감축하고 돌아온 유턴기업에는 법인세와 소득세 감면 혜택을 제공했다. 정부는 이 같은 해외사업장 생산량 감축 요건을 폐지하고, 생산 감축량에 비례해 감면 혜택을 제공할 방침이다.

◇“기업 체감할 수 있는 '당근'이 없다”

한국 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2018년까지 총 3327건에 달하는 유턴기업 유치 실적을 기록했다. 오바마 정부인 2010년 유턴지원책을 수립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건 결과다. 우리나라 유턴 유치 실적은 지난 2014년부터 올해 6월까지 72건에 불과하다. 미국 경제규모가 한국보다 12배 큰 것을 감안해도 저조한 성적표다.

산·학·연은 리쇼어링 확대를 위해서는 기업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정부가 내건 입지 및 세제 혜택이 자칫 임시방편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인건비, 세금 등에서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해외를 선택한 기업이 단기 지원을 받기 위해 모국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해외 아웃소싱의 국내전환은 유턴기업으로 인정 받지 못하는 등 법 적용 범위가 좁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내 한 연구소 관계자는 “유턴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한 핵심은 기업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이라면서 “1~2년에 그치는 지원책은 '언 발에 오줌누기'로 끝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턴기업에 최소 10년 이상 입지·세제 등에서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학계도 정부가 인센티브로 유턴기업을 지원하는 것보다 조세와 노동 비용 등 기업 환경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리쇼어링 기업에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한국에서 기업활동을 하는 것이 유리하게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전반적인 조세 제도 개편, 생산성을 반영할 수 있는 노동시장 구축, 규제 환경 개선 등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턴기업의 스마트공장화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한국보다 낮은 인건비를 찾아 해외에 생산거점을 꾸린 기업이 많은 것을 감안하면 비용 부담을 해소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과 현지의 인건비 갭(차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 리쇼어링은 사실상 어렵다”면서 “로봇, 스마트공장 솔루션 등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0∼2018년 우리나라 제조업의 단위노동비용은 연평균 2.5% 증가했지만, 주요 진출국 10개국은 0.8% 감소했다. 단위노동비용은 상품 1단위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노동비용이다. 한경연은 한국의 1인당 노동비용이 노동생산성보다 빠르게 올랐다고 분석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리쇼어링을 저해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 고임금”이라면서 “유턴 확대를 위해 최저임금 동결 등 노동비용 인상을 자제하고 노동생산성을 제고해 제조원가비교우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