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이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신청했다. 법원이 요청을 받아들이면 팬택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팬택이 청산되면 대규모 실직이 발생한다. 협력사 연쇄부도로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벤처신화’가 물거품이 되면서 창업과 도전의 스타트업 문화에도 찬물을 끼얹을 전망이다.
팬택은 26일 ‘기업회생절차 폐지 신청에 따른 사죄의 말씀’이라는 자료를 내놓고 기업회생절차를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기업회생절차 시작 이후 경영정상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했지만 더 이상 희망을 가지기 어렵다는 게 폐지 신청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준우 팬택 대표는 “어려운 경영상황을 타개하고자 월급을 자진 반납하고 휴직을 실시하는 등 비용절감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인수합병(M&A)을 통한 경영정상화를 목표로 최소한의 기업활동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위기를 타개해 생존할 수 있다면 수만명 직간접 고용 효과, 국내 이동통신 시장 경쟁력 강화, 국가 미래 성장산업 발전과 창조경제에 기여할 수 있다는 믿음과 각오로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지난 10개월간 노력에도 팬택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주는 적합한 인수대상자를 찾지 못했다”며 “팬택은 더 이상 기업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못하게 돼 기업회생절차 폐지 신청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주주와 채권단, 협력업체를 포함한 이해 관계자에 머리를 조아려 사죄 말씀을 올린다고 전했다. 팬택 제품에 성원을 보내준 고객에게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용서를 구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팬택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고자 마지막 순간까지 노력을 다하겠다”며 “팬택을 사랑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마무리했다.
법원은 3주가량 채권단 등 이해 관계자와 논의를 거쳐 팬택 기업회생절차 페지 요청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 법원이 요청을 받아들이면 1조원대 부채가 있는 팬택은 파산을 면하기 어렵다.
팬택이 사라지면 국내 휴대폰 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 애플 구도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500여 협력업체 약 7만명 생계가 위태로워진다. 팬택이 20여년간 쌓아온 기술과 특허는 뿔뿔이 흩어진다. 유통, 생산 등 관련 생태계가 붕괴되면서 수조원대 손실 후폭풍이 불 것으로 우려된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