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글로벌 오픈소스 판도 어떻게 바뀌고 있나?

세계 오픈소스 소프트웨어(SW) 지도가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 마이크로소프트(MS)·오라클·애플 등 글로벌 SW기업은 독자 기술로 운용체계(OS)와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오픈소스 업계에서는 이들 주요 기업을 ‘반(反)오픈소스 진영’으로 분류했다. 각국 시장에서 SW 종속 문제 원인을 제공했다며 비판했다.

시대가 바뀌었다. 글로벌 SW기업의 ‘오픈소스 사랑’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개방형 SW 개발 정책으로 혁신을 이끌 수 있다는 믿음이 반오픈소스 진영에도 통했다는 평가다. 오픈소스 커뮤니티에서는 각 기업의 오픈소스 강화정책을 환영하고 있다. 폐쇄적 SW 기업이 점차 오픈소스 진영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세계 SW 시장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의 오픈소스 사랑

MS가 바뀌고 있다. 사티아 나델라 CEO가 MS 새 수장이 된 이후 끊임없이 개방성과 혁신성이 강조됐다. 지난해 방한한 나델라 CEO는 ‘MS 테크데이즈 코리아 2014’ 행사에서 오픈소스 중요성을 외쳤다. 그는 “어떤 기술과 코드를 가져와도 MS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며 “파이선·자바 등 모든 코드 라이브러리를 활용해 어떤 기기에도 적용 가능한 플랫폼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서로 다른 개발 언어와 오픈소스까지 지원을 확대한다는 의미다. 국내 한 SW 기업 대표는 “나델라 CEO 이후 MS 행보가 개방성에 맞춰졌다”며 “업계에서도 MS 변화를 주목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나델라 CEO의 발언뿐 아니라 다양한 오픈소스 관련 지원과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4월 닷넷 컴파일러 플랫폼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닷넷은 MS가 개발한 윈도 프로그램 개발·실행 환경이다. 자바와 함께 국내에서도 플랫폼과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활용된다. 지난해 말에는 닷넷 서버 스택을 오픈소스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리눅스와 맥 OS에서도 닷넷을 사용할 수 있다. 한국MS 관계자는 “향후 MS의 개방 정책과 전략은 지속적으로 강화될 것”이라며 “다양한 개발자를 위한 플랫폼과 환경 조성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라클, 오픈소스 커뮤니티 지원 강화

오라클은 최근 자바·MySQL·버클리 데이터베이스(DB)·이클립스 등 회사가 관리하는 오픈소스 SW를 지속 업데이트하고 있다. 개발자와 오픈소스 커뮤니티 지원을 강화하며 협력 체계를 수립했다. 오라클은 “개발자가 자바를 통해 엔프라이즈 빅데이터, 클라우드, 소셜, 사물인터넷(IoT) 혁신 기술을 활용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라클은 지난해 자바 커뮤니티 프로세스(JCP) 승인을 받아 자바 SE 8를 발표했다. 내년에 자바 9을 출시할 예정이다. 대부분 JDK 오픈 커뮤니티와 공동 개발한 제품이다. JCP 승인으로 업데이트 정책 등이 결정된다. JCP는 자바 기술 발전에 기여하는 핵심 커뮤니티로 자리 잡았다는 게 오라클 평가다.

오라클 버클리 DB는 DB 엔진을 앱에 통합하도록 지원하는 오픈소스 기반 내장형 DB 제품이다. 리눅스·BSD·오픈오피스 등 수백 가지 오픈소스 SW에서 운영되고 있다. 오라클은 무료로 제공되는 이클립스 기반 플러그인(이클립스를 위한 오라클 엔터프라이즈 팩)으로 개발자가 다양한 앱을 구축하도록 지원한다.

◇오픈소스 대응 체제로 전환하는 EMC 연합

지난 5월 미국에서 열린 ‘EMC 월드 2015’에서 EMC·VM웨어·피보탈 등 EMC 연합 오픈소스 정책이 주목받았다. EMC는 대표 소프트웨어정의데이터센터(SDDC) 제품인 ‘바이퍼(ViPR)’ 오픈소스 버전을 출시하며 커뮤니티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

한국EMC는 “EMC는 기존의 ViPR 시장과 에코시스템을 일반 기업 고객뿐 아니라 파트너사, 개발자, 다른 스토리지 공급사에까지 확장하고자 한다”며 “오픈소스 제품인 만큼 타 스토리지 공급사와 기업 고객이 프로젝트 카퍼헤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개방된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 카퍼헤드는 오리건대학 등 학술기관과 인텔, 캐노니컬과 같은 글로벌 제휴 업체, 기업고객이 참여하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다. EMC는 ‘클라우드 파운드리’ 재단 창립 멤버기도 하다. 최근 EMC 오픈스택 레퍼런스 아키텍처 파트너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개발자 강화를 위한 온램프 커뮤니티 ‘EMC 코드’ 등 오픈소스 코드, 드라이버, 툴, 샘플을 제공하고 있다.

EMC와 VM웨어가 함께 설립한 피보탈은 모든 솔루션을 오픈소스로 공유한다. 피보탈은 GE·호튼웍스·IBM·EMC·테라데이터·VM웨어·스플렁크 등 글로벌 기업과 ‘오픈데이터플랫폼(ODP)’도 설립했다. ODP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SW)에 기반을 둔 빅 데이터 기술 개발을 추진한다.

◇오픈소스는 리눅스 기업만?…글로벌 SW 기업 참여 확대

지금까지 오픈소스 SW는 리눅스 진영을 중심으로 한 일부 SW 기업에만 한정된 개념이었다. 레드햇이나 캐노니컬 등은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글로벌 SW 시장을 이끄는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세계 시장이 개방성과 혁신, 비용절감 등을 이유로 오픈소스 SW에 주목하자 기존 헤게모니를 가진 SW 기업도 동참하고 있다. 애플도 오픈소스 기반 NoSQL 전문 업체 ‘파운데이션DB’를 인수하면서 오픈소스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픈소스는 기존 SW 환경의 ‘대안’이 아니라 필수로 자리잡고 있다”며 “기존 패권을 가진 SW 기업이 점차 커뮤니티 지원과 재단 투자 등 오픈소스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