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20대 총선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 중소·벤처기업인을 외면했다. 중기 벤처 단체 관계자들은 직능별로 중기·벤처 분야 기업인을 배려한 19대 총선보다도 `더 못한 선택`이라며 정치권을 비난했다. 여야 4당 모두 안정권에 업계를 대변할 인물을 단 한 명도 포함하지 않았다. 중소·벤처기업 관계자들은 “벤처·중기 스타트업 학살 공천”이라고 주장했다.
23일 여야가 확정한 비례대표 후보자를 분석한 결과 새누리당(20번)과 더불어민주당(15번)의 안정권에 중소기업·벤처 기업인은 전무했다. 국민의당은 김수민 청년여성 디자인벤처 창업가가 이름을 올렸으나 7번이어서 당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20대 총선 여야 공천 과정에서 중기·벤처인은 존재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벤처기업을 창조경제 구현의 핵심 동력으로 삼겠다는 현 정부의 국정 의지와 전면 배치됐다. 중소·벤처기업 중심의 경제정책을 펼치자고 외친 야당마저도 당선권에 비례대표 후보를 넣지 않았다.
새누리당에는 안정권 밖인 30번에 이영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과 35번 신향숙 한국소프트웨어세계화연구원 이사장이 포함됐다. 더민주는 청년과 중소기업 등의 소득 증대를 골자로 하는 `더불어성장론`을 총선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비례대표 후보에 대표성을 띤 인물조차 없다. 양당은 구호만 `중소기업, 벤처기업, 스타트업 육성`에 그쳤다.
업계는 창조경제 핵심인 `중소·벤처·스타트업` 관련 입법 공백 상태를 우려했다. 중소기업 관련 입장을 입법 과정에서 대변할 인물을 넣지 않은 것은 `정치권 배신 행위`로 규정했다.
중기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 99%, 종사자 가운데 87%가 중소기업에서 일하는데 이번 공천은 관련 업계를 무시한 처사”라면서 “더 이상 대기업 중심으로는 경제 성장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혁신중소기업 육성 발굴과 중소기업 해외 진출 지원 등 국회에서 다양한 입법 활동을 해야 하는 데 요원해졌다”고 꼬집었다.
19대 국회보다 후퇴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19대에서는 비례대표로 중소기업인들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강은희 현 여성가족부 장관을 대표로 들 수 있다. 강 장관은 당시 중소기업 위니텍 대표로, 19대 비례대표 5번을 받았다. 이 밖에 손인춘 인성내츄럴 사장 등이 국회에 입성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