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카드업계가 모바일 지불결제 근거리무선통신(NFC) 규격 제정에 착수한다. 이르면 하반기에 카드사 공통 NFC결제 인프라가 깔릴 전망이다. 카드사 공통 NFC 규격이 제정되면 비자·인롄 등 해외카드사의 기술 종속을 막을 수 있고, 저가형 NFC 결제 단말기를 전국에 보급할 수 있다.
30일 금융권 및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롯데·현대·NH농협카드 등 애플리케이션(앱)카드 진영과 하나카드, 비씨카드 등 유심 기반의 모바일카드 진영이 한국 독자 NFC 결제 규격 제정에 합의했다.
조만간 모바일 협의체를 구성하고 한국결제 스펙을 탑재한 범용 NFC 결제 단말기 개발과 패드 보급에 나선다. 협의체 의장사는 KB국민카드가 맡았으며, NFC 규격 제정을 위한 협의는 빠른 시일 내에 시작된다.
카드업계의 독자 NFC 결제 규격 제정은 각종 플랫폼사와 제조사, 외국 글로벌 기업이 NFC 제 인프라 확산에 빠르게 침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물론 중국 인롄 등이 NFC 인프라 보급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반면에 한국은 인프라 보급 주체 문제로 NFC 결제 확산에는 몇 번의 시도가 있었지만 실패했다. 그럼에도 카드사가 NFC 기반 인프라 확장에 나선 데에는 조만간 모바일결제 생태계가 NFC 기반으로 급격히 확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앱카드 진영과 유심 진영 카드사는 기술상 우위 경쟁을 벌이면서 모바일카드 보급을 산발 추진해 왔다. 그러다 보니 NFC 결제 인프라는 공통 표준화를 이루지 못한 채 각자 보급에만 머무르며 시장 확산에 실패했다.
과거 기술 공방을 앱카드 진영과 유심 진영이 끝내는 데 합의하고 별도 규격 제정을 통해 외국 글로벌 기업과 이종사업자 공세를 막자는 위기의식의 발현이다.
변기호 KB국민카드 부장은 “현재 가장 널리 보급된 비자, 마스터카드 중심의 EMV 규격 NFC 인프라는 단말기 가격만 수십만원 비싸다”면서 “카드사 공통 표준 규격을 제정하면 저가형 패드 등을 접목, 대중화할 수 있는 한국형 NFC 인프라 확산이 가능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외국 보급 추이를 감안하면 NFC 결제 인프라로 바뀔 시점이 머지않았다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카드업계는 올해 말까지 카드사 구분 없이 NFC로 결제가 가능한 인프라를 전국으로 확산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오프라인 가맹점 보급에 나설 방침이다. 카드사도 국내 경쟁은 무의미하다며 글로벌 플레이어와의 경쟁을 선언했다.
앱카드 진영 관계자는 “모바일결제 시장에서 애플 등 다른 글로벌 플레이어와 경쟁하려면 오프라인에서 얼마만큼 편리성을 제공하느냐가 관건”이라면서 “NFC 규격 통일과 저렴한 비용으로 NFC 인프라를 보급하는 두 가지가 선결 과제”라고 설명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
길재식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