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안드로이드페이를 올해 한국에선 만날 수 없게 됐다. 구글 뿐 아니라 협력사인 글로벌 카드사와의 갈등으로 출시 시점이 또다시 연기됐다.
구글은 국내 협력카드사에 출시 일정을 내년 1분기로 연기한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카드사 고위 관계자는 “구글 계약조건에 대한 이견과 보안 기술을 공급하는 비자, 마스터와 국내 카드사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어 출시시점이 수차례 연기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각에선 이 참에 한국 토종 금융사가 간편결제 부문에서 해외 사업자에게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고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구글의 마케팅 비용 부과 계약 외에 안드로이드페이 보안토큰을 제공하는 글로벌 프로세싱 기업과의 대립도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구글 간편결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비자, 마스터카드 등이 제공하는 보안토큰을 이용해야 한다. IC카드 관련기기 국제기술 표준 EMV결제 단말기와 연동하기 위한 필수 사항이다. 삼성페이 등이 자체 보안토큰 기술을 적용한 것과 달리 구글 안드로이드페이는 비자, 마스터카드 등이 보유한 EMV기반 토큰을 적용한다. 즉, 국내용이 아닌 해외 카드사가 만든 보안토큰을 적용하고, 결제도 이들 글로벌 카드사 망을 통해 되도록 했다.
보안토큰 무상 제공 여부를 놓고 국제 카드사와 국내 카드사간 이견이 발생했다.
국내 카드업계는 비자, 마스터카드가 겸용카드를 통해 고액의 라이선스 수수료를 받아가고 있는데 보안 토큰 사용료까지 이중 부과하는건 상도의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현재 우리나라 소비자가 국내서만 카드를 사용하고 빠져나가는 해외 브랜드카드 제휴 로열티만 1년에 1000억원이 넘는다.
비자, 마스터카드는 초기 보안토큰 사용료를 받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는 한시적인 조치다.
결제비율이 많아지면 보안토큰 라이선스 비용을 유료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기업과 국내 토착C 금융사간 의견이 상충하면서 정작 한국 출시를 기대했던 소비자만 내일을 기약하게 됐다.
한편 카드업계는 구글 안드로이드페이 전략에 맞서 '투트랙'전술을 공동으로 펼치기로 했다.
국내 카드 공동으로 국내 표준을 만들어 NFC결제 시범존을 구축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단말기 보급문제로 사업 추진 일정이 지연되긴 했지만 최근 모바일 협의체에 속한 카드사 중심으로 가맹점 확보와 단말기 보급, 투자 비용 산정 문제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
모바일협의체 관계자는 “구글 안드로이드페이와는 별도로 국내 금융사가 NFC기반 간편결제 시장에서 장악력을 갖기 위해서는 학습효과와 인프라, 규격 통일이 절실하다”며 “이를 위한 자금 분담 등에 대해 전략을 수립 중”이라고 말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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