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전기자동차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산 점유율이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앞질렀다. 세계 1위 일본 파나소닉이 테슬라에 의존하는 사이 LG화학, 삼성SDI가 다수의 공급처를 확보한 게 작용했다. 시장 주도권을 계속 이어갈지는 불투명하지만 한·일 전기차 배터리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7일 북미 전기차 전문 매체 인사이드이브이스(EVs)가 집계한 지난달 북미 전기차(BEV·PHEV) 판매량을 근거로 본지가 배터리 점유율을 분석한 결과 한국산 배터리는 55.5%(27만5263㎾h), 일본산은 44.5%(22만986㎾h)로 각각 나타났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한국산과 일본산만이 주도하는 상황이다.
세계 전기차 시장 축소판인 북미 시장에서 지난해 한국 배터리가 22%, 일본이 78%를 점유한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올해 들어 북미 시장에서 국산 배터리는 1월(43%), 4월(44%), 7월(42%) 세 차례를 제외하고 줄곧 30% 안팎에 머물렀다. 급기야 지난 9월에는 점유율 23%로 최저점을 찍었다.
그러나 북미 판매량 1위를 지켜 온 테슬라 '모델S'의 지난달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일본산 배터리 점유율은 낮아졌다. '모델S' 판매량은 9월 4860대에서 지난달 1120대로 줄었다. '모델X'(3120대→850대)도 저조한 데다 테슬라가 지난 8월 출시한 보급형 전기차 '모델3'의 배터리 생산 차질로 판매량 145대에 그치는 등 라인업 전체가 흔들렸다.
여기에 일본 닛산 '리프(Leaf)'도 2세대 모델 교체 시기가 다가오면서 월 평균 1200대 안팎으로 팔리던 것이 지난달 213대 판매에 그쳤다.
반면에 국산 배터리를 채용한 전기차 모델은 크게 늘었다. 올해 초 33개 전기차 모델 가운데 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는 20개였다. 그러다가 하반기에 신차 모델이 가세, 전체 전기차 39개 모델 가운데 26개가 국산 배터리를 달았다. 북미에 출시된 전기차 67%가 국산 배터리를 채용한 셈이다.
이와 함께 LG화학 배터리를 쓰는 제너럴모터스(GM) 쉐보레 '볼트(Bolt)'가 지난달 판매량 2781대로 북미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볼트(Volt)', BMW 'i3' 등도 꾸준히 판매량을 이어 갔다.
배터리 업계는 한국산 배터리의 점유율 강세 지속을 전망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국산 배터리는 대체로 미국과 유럽 자동차 업계 선호도가 골고루 채용되는데 비해 일본산은 테슬라를 제외하고 자국차 중심으로 공급되고 있다”면서 “흥행 모델로 따지면 한국산이 다소 밀리지만 앞으로 나올 신형 전기차의 한국산 채택이 더 많기 때문에 한·일 배터리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북미 전기차 시장은 10월까지 15만7039대가 팔리며 연말까지 20만대 돌파가 유력해 보인다. 지난해 전체 판매량 15만8614대와 비교, 약 20% 성장이 예상된다.
한편 북미 시장에서 현대차 유일의 BEV 모델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지난 3월 출시 이후 8개월 동안 330대 팔리는데 그쳤다. 기아차 '쏘울EV'와 현대차 PHEV 모델 판매량도 매달 200대 수준이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