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차세대 스마트폰 '갤럭시S9' 시리즈의 출시가 임박했다.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은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에서 “오는 2월에 열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갤럭시S9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9 시리즈 발표를 공식 확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갤럭시S9는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이자 애플 아이폰X(텐)과 맞붙을 것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제품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 핵심인 갤럭시S9은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까.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다.
◇'가변조리개, 슬로모션, 듀얼카메라' 카메라 성능 두각 전망
지금까지 개발된 내용을 종합하면 갤럭시S9 시리즈는 외형보다 내부 변화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부품이 크게 바뀔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카메라 기능이다. 갤럭시S9 시리즈 후면 카메라는 조리개를 변경할 수 있고, 슬로모션 촬영을 지원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먼저 갤럭시S9 시리즈는 두 가지 모델로 출시된다. 5.77인치 갤럭시S9과 6.22인치 갤럭시S9플러스다. 이 가운데 갤럭시S9 후면에는 손떨림방지(OIS) 기능이 적용된 1200만화소 싱글카메라, 갤럭시S9플러스에는 1200만화소 카메라 두 대로 구성된 듀얼카메라가 각각 적용된다.
관심을 끄는 것은 후면 카메라의 조리개(F)다. 조리개는 렌즈를 통해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 장치다. 조리개 크기는 F값으로 나타내며, 통상 F값이 낮을수록 밝은 렌즈라 부른다. 조리개가 더 크게 열려서 많은 빛을 통과시키기 때문이다. 이는 광량이 부족한 곳, 즉 어두운 곳에서도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다는 의미다.
갤럭시S9 시리즈는 지금까지 공개된 스마트폰 카메라 가운데 최고 수준의 렌즈 밝기를 지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F1.5의 렌즈가 적용됐다. 갤럭시S8, 갤럭시노트8 카메라는 F1.7이었다. LG전자 스마트폰 V30은 F1.6이었다.
갤럭시S9은 여기에 더해 F1.5/F2.4의 가변조리개가 적용, 디지털일안반사식(DSLR) 카메라처럼 조리개를 조작할 수 있다. F값을 조절하면 심도가 다른 사진을 얻을 수 있어 전문가처럼 상황에 맞는 사진 연출이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선보인 폴더형 스마트폰(W2018)에 최초로 F1.5/F2.4 가변조리개 카메라 모듈을 탑재했다. 가변조리개를 새로운 카메라 기능으로 내세우는 모습이다.
갤럭시S9 시리즈 카메라는 이 밖에 방송국 카메라에서나 볼 수 있는 슬로모션 촬영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갤럭시S9플러스는 또 듀얼카메라가 특징이다. F1.5와 F2.4 렌즈가 각각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듀얼카메라는 카메라 두 대로 한 장의 사진을 찍는다. 광각·줌 촬영뿐만 아니라 기존 카메라에서 볼 수 없는 거리와 깊이 인식, 고화질 이미지 합성 등이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8에 듀얼카메라를 최초로 적용했다. 또 중저가 모델인 갤럭시J 시리즈에 듀얼카메라를 탑재했다. 그러나 갤럭시S9플러스의 듀얼카메라 채택은 삼성전자에서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기대가 남다르다. 갤럭시S 시리즈는 한 해 4000만~5000만대 판매된다. 반면에 갤럭시노트 시리즈는 1000만대를 밑돈다. 갤럭시S 시리즈는 판매량이 그만큼 많기 때문에 더 많은 듀얼카메라를 필요로 하고, 이는 부품 업계에 긍정 요소로 작용한다. 듀얼카메라는 렌즈, 액추에이터, 필터 등 부품이 싱글카메라보다 2배 이상 들어간다. 갤럭시S9과 갤럭시S9플러스의 후면 듀얼카메라는 삼성전기와 삼성전자가 제조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후면 듀얼카메라 물량의 70% 이상을 삼성전기가 공급하는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S9 시리즈에 들어가는 전면 카메라는 800만화소와 자동초점(AF) 기능이 특징이다. 홍채 인식 기능도 갖췄다. 갤럭시S9에는 홍채 일체형 전면 카메라, 갤럭시S9플러스 모델에는 전면 카메라와 홍채인식 카메라가 각각 분리돼 탑재된다. 갤럭시S9 전면 카메라는 파트론과 엠씨넥스가 제조를 맡았다. 갤럭시S9플러스는 파워로직스, 캠시스가 공급한다. 갤럭시S9플러스의 홍채 인식 파트너에는 파트론, 엠씨넥스, 나무가 등이 이름을 올렸다.
◇삼성 최초 SLP 도입
갤럭시S9 시리즈에는 차세대 메인 기판으로 불리는 SLP가 최초로 도입됐다. 'Substrate Like PCB'의 약자인 SLP는 반도체 기판 제조에 쓰던 'MSAP' 공법을 '고밀도다층기판(HDI)'에 접목한 것이다. 이 때문에 '반도체 기판(Substrate)을 닮은 PCB'라는 의미의 SLP로 불린다.
스마트폰은 공간 활용도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게 숙제다. 성능 향상에 따라 부품 수가 늘기 때문에 공간 효율 활용은 필수다. 일환에서 고성능 부품 실장을 위해서는 작은 기판 위에 회로를 더 많이 구현해야 했다. 이런 회로 미세화의 필요성이 SLP 등장을 이끌었다.
지금까지 스마트폰 메인 기판은 얇은 기판을 12층으로 쌓아 올린 구조였다. 각층 회로는 텐팅 공법으로 구현됐다. 선폭과 간격은 각각 30마이크로미터(㎛), 40㎛이다. SLP는 이 12층 가운데 2개층이나 4개층을 MSAP 기술로 구현한다. 2개층이나 4개층 회로를 30/30㎛로 만든다. 최대 25/25㎛까지 구현할 수 있다. SLP는 MSAP 기술을 통해 회로선폭과 간격을 더 얇고 좁게 만드는 게 핵심이다.
SLP는 갤럭시S9 전체 물량 가운데 약 60%에 탑재된다.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탑재한 모델에 SLP가 적용된다. 삼성전자 갤럭시S 시리즈의 판매량이 연간 4000만~5000만대임을 감안하면 SLP 물량은 약 2400만~30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SLP 제조는 삼성전기, 코리아써키트, 대덕GDS, 이비덴이 초도 양산을 맡았다. SLP는 지난해 12월부터 생산에 들어갔다. 이수엑사보드는 공급사로 이름을 올렸지만 준비가 다소 늦어지면서 다음 달 가세 예정으로 있다.
◇삼성 핵심 디스플레이 기술 '와이옥타' 전면에 등장
갤럭시S9 시리즈는 터치 일체형 디스플레이 기술인 '와이옥타(Y-OCTA)'가 전면에 등장한 첫 사례다. 와이옥타는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터치 기능을 넣은 삼성의 독자 기술이다. 갤럭시S9의 5.77인치와 갤럭시S9플러스의 6.22인치 플렉시블 OLED가 와이옥타로 제조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8 시리즈 출시 때 1개 모델(5.77인치)에만 일부 도입했다. 지난해 나온 갤럭시노트8에서도 와이옥타가 아닌 기존의 필름 타입 터치를 사용했다. 그러나 갤럭시S9 시리즈에서는 와이옥타를 전면 도입했다. 디스플레이 설계 및 원가 절감 등에 장점이 많고, 생산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와이옥타의 핵심은 터치 기능을 디스플레이로 통합하는 데 있다. 패널 제작과 터치 기능을 한 공정에서 처리한다. 지금까지 플렉시블 OLED에서 터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필름 기반의 터치스크린패널(TSP)을 추가해야 했지만 와이옥타는 이런 과정이 필요 없다. 디스플레이를 더욱 가볍고 얇게 만들 수 있고, 원가도 이전보다 30% 절감할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와이옥타 생산 능력을 확대해 왔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의 와이옥타 생산 능력은 지난해 스마트폰 기준 월 300만~400만대였다. 그러나 충남 아산 탕정 L7-1 액정표시장치(LCD) 생산 라인을 와이옥타로 구축하면서 월 1000만대 안팎의 와이옥타 물량을 공급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와이옥타가 경쟁사와 차별되는 독자 기술인 만큼 프리미엄 전략을 최대한 구사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 갤럭시S9 시리즈에는 대만 이지스테크놀로지의 지문 인식 집적회로(IC)가 도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문 인식은 스마트폰 후면에 배치된다. 이지스테크놀로지는 대만에 본사를 두고 있는 지문 인식 전문 업체다. IC와 알고리즘 등 스마트폰 지문 인식에 필요한 하드웨어(HW) 및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하고 있다. 그동안 삼성의 중저가 스마트폰에 센서를 공급해 왔으며, 플래그십 모델까지 영토를 확장하게 됐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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