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반도체, 미래차, 바이오 등 이른바 '빅3' 분야에서 세계적 중소·벤처기업을 탄생시키기 위해 정부가 가용 자원을 집중 투입한다.
민·관·학이 머리를 맞대고 성장 가능성을 보유한 250개 기업을 발굴해 제2 삼성전자가 등장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R&D) 및 투·융자 등 각종 정부 지원 사업을 맞춤형으로 재설계하고, ARM·메르세데스벤츠 등 글로벌 기업과 협업·연계도 지원하기로 했다.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 부처는 11일 제27차 경제활력대책회의 겸 제29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빅3 분야 중소벤처기업 혁신성장 지원전략'을 발표했다.
이보다 앞서 정부 합동으로 발표한 '시스템반도체 비전과 전략' '미래자동차산업 발전전략' 등 주요 신산업 분야 육성 전략에 발맞춰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벤처기업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시스템반도체, 미래차, 바이오 등 3개 신산업을 15개 세부 분야로 나눠 정교한 맞춤형 지원 전략을 제시했다.
시스템반도체 50개, 미래차 100개, 바이오헬스 100개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을 발굴하는 것이 목표다. 선정 기업에는 최대 100억원의 정책자금 지원, 최대 30억원 규모의 보증 지원, 각종 R&D 우대 혜택까지 중기부 재원을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시스템반도체는 시스템온칩(Soc), 아날로그 반도체, 스마트센서, 인프라(패키징, 테스트, 신뢰성 등) △미래차와 친환경차는 자율주행 센서, e-모빌리티 빅데이터, 차량사물(V2X)통신, 인포테인먼트, 성장지원, 조향·현가장치 등에서 수요 다변, 엔진 관련 업종 전환 △바이오헬스는 의약, 의료기기, 디지털헬스케어, 바이오소재 등으로 지원 방식을 세분화했다.
예컨대 개발 기간이 길고 프로젝트당 평균 100억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SoC 분야에는 '설계→검증(EDA)→디자인+파운드리' 등 전 단계를 아우를 수 있는 지원 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우선 중기부는 내년 1월 글로벌 반도체 기업 ARM과 협약을 체결, ARM이 보유한 지식재산권(IP)을 우리 팹리스 스타트업과 중소·벤처기업이 활용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공정 단계에서도 삼성이 파운드리를 지원할 수 있도록 연계할 계획이다.
차정훈 중기부 창업벤처혁신실장은 “무엇보다 중요한 SoC 분야 생태계가 그야말로 황폐화됐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라면서 “민간 차원에서 1대1로 ARM과 IP 활용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기에는 개별 기업 규모도 작고, ARM에서도 기업을 하나씩 만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정부가 나서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날로그 반도체 분야 역시도 생태계 조성을 최우선 과제로 맞춤형 정책을 발굴할 계획이다. 산업부 주도로 지난 4월 출범한 '시스템반도체 융합얼라이언스 2.0'과 연계해 수요 기업과 공급 기업이 기획 단계부터 협업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마련한다. 전력·가전 분야 기업과 아날로그 반도체 공동 개발을 추진하고, 테스트기업 간 협업도 적극 장려함으로써 역량 있는 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미래차 분야에서도 이날 중기부와 벤츠가 공동으로 개최한 '커넥티드카 스타트업 해커톤'과 같이 글로벌 완성차 기업과 협업해 유망 스타트업 발굴을 추진하는 등 각 분야에 걸맞은 맞춤 지원 체계를 마련해 나가기로 했다.
분야별 세부 지원 대책은 내년 초에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민간 전문가와 관계 부처가 참여하는 미래기업지원위원회에서 관련 세부 사항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신설되는 위원회 산하에는 중기부·과기부·산업부 등 정부 산하 전문기관 및 연구소로 구성된 기업혁신추진단, 대학·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등으로 구성된 기업혁신멘토단을 설치한다. 재원 배분과 연계 지원, 과제 기획과 각종 지원 사항 타당성 검토 등을 수행하게 된다.
차 실장은 “역량 있는 유망 기업이 신속하고 과감한 지원을 통해 성과 창출이 가능하도록 R&D, 투·융자 등 지원 사업을 적극 연계하겠다”면서 “세계 수준의 정보기술(IT) 인프라와 제조 기반 등 강점을 신산업 발전 모멘텀으로 활용, 빅3 분야에서 신시장을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