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대학이 개강 4주 연기 검토에 들어갔다. 지역사회 감염을 막기 위해 다음 달 개강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다.
애초에 범대학 차원의 일제 4주 연기 결정도 고려했지만 사회 혼란 등을 고려, 개별 학교 판단에 따라 결정하기로 했다. 개강이 한 달 이상 연기될 경우 온라인 강의, 학사관리 측면에서 추가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7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와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각 대학으로부터 개강 연기 기간을 현 1~2주에서 4주로 늘리자는 요구가 제기됐다.
현재 다수 대학이 3월 초 개강일을 길게는 2주까지 연기했지만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세를 감안할 때 다음 달 개강은 무리인 것으로 판단했다. 대학 관계자는 “예상과 달리 지역사회 내 감염이 늘고 있다”면서 “많은 학생이 모여 수업을 듣기 때문에 대학이 코로나19를 확산시키는 요인이 될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온라인 강의 준비 미흡도 4주 개강 연기 검토의 이유다. 성균관대, 숙명여대, 광운대 등 몇몇 대학이 3월 한 달 동안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상당수 대학은 관련 인프라를 갖추지 못했다. 수천개에 이르는 강의를 온라인으로 대체하기 불가능한 상황이다. 대학의 원격수업 비율을 전체 학점의 20%로 제한하는 규정이 있어 온라인 강의 자체가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보다 앞서 교육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각 대학에 4주 이내에서 개강 연기를 권고한 바 있다. 실제로는 대부분 대학이 1~2주 연기 결정을 내렸고, 4주 연기한 대학은 우석대 정도다.
대학이 개강을 4주 연기해도 보충 강의나 온라인수업 등을 활용해 예정한 교육 과정은 모두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름방학 기간이 짧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는 최근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학사운영 가이드라인'에서 대학이 개강을 연기하고 수업 일수를 감축하더라도 1학점당 최소 이수 시간을 15시간으로 규정한 현행 법령은 준수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대교협은 개강 연기 기간 연장 목소리가 제기되자 200개 회원대학 차원의 의견 수렴을 검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제 개강 4주 연기 발표 시 사회 혼란과 학사관리 등에 대한 해결책이 명확지 않아 대학 개별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
김헌영 대교협 회장은 “코로나19 확산세를 보면 개강 연기 2주 후에도 학생이 캠퍼스에서 강의를 듣는 것이 어려울 것 같다”면서 “대학별로 온라인 강의 등 어떤 대책을 마련할지에 관한 의견을 수렴한 뒤 교육부와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27일 대교협은 회원대학에 온라인 강의 준비 여부 등 교육부 코로나19 가이드라인 대응 관련 긴급 공문을 발송했다.
대교협은 대학별 온라인 강의 준비 상태를 확인한 뒤 교육부와 보완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대교협 관계자는 “로그인 기록, 동시 접속 등 온라인 강의 조건이 어디까지 해당되는지 알지 못해 갈피를 못 잡는 대학이 많다”면서 “교육부와 세부 지침을 논의한 후 대학에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개강 연기, 온라인 강의 확대에 따라 등록금 인하 요구도 제기됐다. 한 대학 관계자는 “온라인 강의가 늘면서 등록금을 깎아 달라는 학생의 요청이 있으나 계획된 강의는 그대로 진행하기 때문에 인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어 “10년 넘게 동결된 등록금을 더 인하하면 교직원 월급 등 학교 운영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