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기업공개(IPO)를 앞둔 예비상장 기업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올 초 상장 공모 열기가 뜨거웠으나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지수가 하락하고 투자 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IPO를 앞둔 기업의 상장 준비에 빨간불이 켜졌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예비 상장기업이 IPO 관련 일정을 연기하거나 취소하고 있다. IPO를 앞두고 기관과 언론 대상 기업설명회(IR)를 해야 하는데 코로나19 여파로 다수가 한 공간에 모이는 것이 적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관과 일반 투자자 대상으로 적극 IR를 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오프라인 미팅 자체가 부담스러워진 사회 분위기도 영향을 끼쳤다.
무엇보다 최근 지수가 급락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돼 공모 흥행이 불투명해진 것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올 초 IPO를 단행한 기업 다수의 공모 희망가격이 밴드 상단으로 결정되고 청약 경쟁률이 높게 형성되는 등 열기가 뜨거웠다. 공모가가 밴드 상단에 결정된 기업이 상장 직후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며 투자를 유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국내외 주가 지수가 폭락하고 국내외 경제성장률 하향 전망이 잇따르면서 전반적으로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다.
당장 3월에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하려던 예비 상장기업은 고민에 빠졌다.
건축물 구조 토털솔루션 기업 센코어테크는 내달 9~10일 기관 수요예측을 앞뒀으나 최근 이를 취소하고 기약없이 일정을 미뤘다. 당초 3월부터 IPO 관련 마케팅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급변한 시장 분위기를 고려해 추후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SCM생명과학은 당초 기관 수요예측 일정을 3월 9~10일로 잡았으나 18~19일로 미뤘다.
전기차용 와이어링 하네스와 부품을 공급하는 LS EV코리아는 당초 예정한대로 11~12일 수요예측을 진행할 계획이지만 추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당장 수요예측과 기관 설명회를 앞둔 곳 외에 증권신고서 제출을 계획한 기업들도 고민에 빠졌다. 향후 시장 흐름을 고려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공모 시기를 가늠해야 하는데 코로나19 여파가 어느 정도 수준으로 언제까지 이어질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신고서를 내려고 했던 기업이 공모 시기를 가늠하기 어려워져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확산 직전에 상장 준비를 마친 기업은 안도하고 있지만 마냥 속이 편하지는 않다. 상장사협의회 지침에 따라 내달 둘째 주까지 상장 기념식을 개최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최근 주식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아 향후 주가도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당분간 기관과 일반인 대상 그룹 설명회가 온라인으로 대체되거나 취소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봤다. 온라인 생중계, 화상회의 등 다양한 대안이 거론되고 있다.
IPO 업무를 수행하는 증권사는 원격 근무 환경에서 관련 업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는지 리허설하고 있다. 3월까지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비상상황 시에도 IPO 작업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대응하기 위해서다.
올해 상장을 앞둔 IPO 대어들 움직임에도 어떤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올해 대형 IPO 기업으로 꼽히는 SK바이오팜과 호텔롯데를 비롯해 빅히트엔터테인먼트, 현대카드 등이 상장 일정을 어떻게 잡을지 관심거리다. 코로나19 여파로 여행, 항공, 스마트폰 부품 등의 업종 실적 부진이 예상되고 있어 상장 적기를 가늠하는 게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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