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광저우시 "한국서 오는 인력 14일 격리"…한국기업, 대책 없이 당할 판

산업단지 '과학성' 내 한국기업에 방역 방침 통보
생산법인 많아 피해 불가피...소부장 기업 연쇄타격
LGD, 8.5세대 패널 공장 가동 일정도 차질 불가피

중국에 사업장을 둔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 또 한 번 '코로나19' 비상이 걸렸다. 현지 지방 정부가 한국에서 입국하는 인력에 대해 '14일간 격리 조치'하겠다는 방역 방침을 통보하면서 경영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중국 현지에 생산 거점을 구축하고 있는 대기업은 물론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등 협력업체와 대 중국 기업 비즈니스를 핵심 수익으로 삼고 있는 중소기업 등에 연쇄 타격이 예상된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광저우시 정부는 최근 한국에서 광저우로 유입되는 인원에 대해 14일 이내 격리한다는 방역 기본원칙을 세우고 이를 과학성 내 기업에 공지했다. 과학성은 한국과 중국은 물론 다양한 국가 기업이 밀집된 광저우시 산업단지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광저우시는 이와 함께 과학성 내에 거주하는 한국인 명단을 작성, 주요 한국 기업에 이들에 대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반드시 진행해야 한다고 정식 통지했다. 대상 인원은 시가 지정한 별도 호텔 등으로 이동해 검사가 끝날 때까지 숙박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현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최근 중국 내 고객사로부터 광저우시의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격리 조치 내용을 전달받았다”면서 “현재로서는 시 당국의 방역 방침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광저우시에 사업장을 둔 한국 기업들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현지 주재 한국인 직원들의 활동에 제약이 발생하는 데다 설비 및 시설을 유지·보수하기 위해 수시로 출장길에 나서는 한국인 엔지니어의 진입 자체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이는 연구개발(R&D)은 물론 소재 및 부품 확보, 생산 일정, 납품 등 제조 일정 전반에 대한 차질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각 기업은 급히 공장 가동률 및 경영 일정을 기존대로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코트라(KOTRA)가 집계한 해외 진출 한국 기업 데이터베이스(DB)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에 진입한 우리 기업의 사업장은 총 3751개다. 이 가운데 코트라 광저우무역관이 관할하는 단독 및 현지 합작기업은 193개다. 삼성전자, 삼성전기, LG이노텍 등 75% 이상이 생산법인인 것을 감안하면 이번 광저우시 정부의 한국발 인력 격리 조치 영향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특히 LG디스플레이의 광저우 8.5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공장 가동 일정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는) 공장 세트업을 위한 장비 반입 일정은 물론 기술자 파견 등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면서 “우리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중국 산둥성, 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성, 푸젠성 등 5개 지역에서 한국발 입국자에게 14일 동안 호텔 격리 및 자가 격리 등을 시행하고 있다. 향후 이 같은 방역 지침이 다른 지방 정부로 확대되면 우리 기업이 보는 피해 사례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