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금융상품 비대면 기반 판매 비중이 최초로 오프라인 지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중장년층 안정자산을 선호하는 고객 비중이 많은 은행권에서 디지털 채널 쏠림 현상이 더욱 가속하고 있다. 이 트렌드에 맞춰 대형 은행은 오프라인 지점을 축소하고 디지털 인프라 확충에 대거 나서고 있다.
21일 전자신문이 신한·하나·우리·NH농협·KB국민 등 상위 5개 은행의 온라인 예적금·펀드 상품 신규 가입 채널을 분석한 결과 4개 은행의 상품 가입 비중이 최초로 오프라인을 상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1곳도 특정 상품에서 온라인 채널 비중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수년간 시중 대형은행이 디지털 금융을 미래 핵심 가치로 내걸고 디지털 채널 활성화를 추진해 온 결과 2020년이 명실공히 '디지털 뱅크' 전환 첫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본지는 시중은행 채널별 판매 비중을 신규 가입자(좌수 기준)로 분석했다. 집계 결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4개 은행의 디지털 채널 가입 비중이 오프라인 채널을 넘어섰다.
디지털에 익숙한 청년 세대를 넘어 이제 비대면 채널이 중장년층에도 대중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은 공격적 투자 성향의 금융상품 비중이 높은 증권과 달리 안정적 투자 성향의 중장년층과 노년층 고객이 많다. 증권 등 금융투자 부문은 일찌감치 온라인과 모바일 거래가 활성화됐지만 은행은 전 연령층을 아우르는 금융서비스 특성상 전통적으로 오프라인 지점 위주의 대면 영업을 십수년 동안 지속해 왔다.
시중은행 디지털 채널 가입 비중이 50%를 넘어선 것은 지난 수년간 추진해 온 디지털 혁신 전략이 변곡점을 돌파한 결과물로 볼 수 있다.
본지와 각 은행이 신규 좌수 기준으로 데이터를 집계한 결과 우리은행은 지난해 예·적금과 펀드 모두 디지털 채널 가입 비중이 최초로 60% 벽을 뚫었다. 저축성 예금의 경우 지난해 디지털 가입 비중은 70%까지 치솟았다.
하나은행도 디지털 채널 가입 비중 상승폭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하나은행은 2019년 대비 2020년 디지털 채널을 이용한 펀드 판매 비중이 크게 치솟았다. 지난해 예·적금과 펀드의 디지털 판매 비중이 모두 60% 후반대를 상회했다. 디지털을 이용한 펀드 판매 비중은 1년 만에 무려 83%나 치솟았다.
디지털 채널이 가장 활성화됐다고 평가받는 신한은행도 지난해 고무적 성과를 기록했다. 디지털 채널을 이용한 예·적금 신규 좌수 비중이 2019년 60%대에서 2020년 70%대로 올라섰다. 펀드는 2018년 60%에서 2020년 80%를 상회하는 비중으로 성장했다.
KB국민은행은 예·적금 디지털 가입 좌수 비중이 지난해 30%대 중반을 넘었고, 펀드는 전년 대비 성장률이 88%로 나타났다. 펀드 가입 좌수 기준으로는 디지털 채널 비중이 다른 은행보다 낮았지만 가입률 추이를 보면 단기에 오프라인 채널을 역전할 공산이 높다.
NH농협은행도 2019년 대비 2020년 디지털 채널을 이용한 가입 좌수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펀드의 경우 지난해 디지털 채널 비중이 50%를 넘어섰다. 전년 대비 성장률이 152%다.
한 은행 고위 관계자는 “모바일뱅킹 서비스 도입이 10년을 넘은 만큼 전 연령대가 디지털 채널 사용자환경(UI)에 익숙해졌다”면서 “앞으로는 기존 금융권 비중이 적은 MZ(밀레니얼·제트) 세대를 타깃으로 한 전혀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 기존에 없던 접근 방식을 고안하는게 디지털 뱅킹 활성화의 새 경쟁 구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상위 5개 은행 중 4곳 예적금·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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