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종합전자업체 도시바사는 전자산업의 전환기와 차기 정보화사회에 대비해 지난해 10월부터 다분히 "도시바적인 분사화"라고 할 수 있는 새로운 조직체제를 도입했다.
도시바는중전기에서부터 가전.AV, PC및 반도체에 이르는 전체그룹의 사업분야를 4개 사업그룹으로 조정해 "사장의 분신"인 각사업그룹 분담 임원들에게 사장의 권한을 대폭 이양했다.
전자산업에서특히 그렇듯이 사업환경의 변화가 극심한 현상황에서는 종합전자업체 사장의 의사결정부담이 크다. 따라서 도시바는 시장 및 기술의 변화 에 대응,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형태로든지 사장의 권한을 이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조직개혁의대략적인 형체가 나왔을 무렵인 지난 93년 7월 도시바의 조직 개편을 위한 종합기획을 맡았던 화구본방언전무는 "분사화하더라도 사장의 책임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개개의 의사결정속도는 빨라지겠지만 종합 전자업체의 모습을 그대로 가진 채 분사화했을 경우 전체를 관장하는 것은 지금 이상 으로 어려워 질 것"이라고 말해 종합전자업체가 분사화의 약점 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부정했다.
한편도시바가 "종합"이라는 말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도 있다.
도시바는연간 총매출액이 3조엔을 넘어 세계에서도 열손가락 안에드는 전자 자 업체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경쟁업체인 히타치등과 같이 개별적으로는 세계 제일의 제품이 거의 없다. 그래도 그런대로 거대조직을 꾸려나가고 있는 것은 종합전자업체이기 때문이다.
도시바는폭넓은 사업분야를 활용해 불황기에도 최저선의 수익을 달성해왔다. 전자산업이 불황에 빠져있는 현재 전력용등 중전기분야가 도시바의 주수익 원이 되고 있다.
그러나도시바가 애착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종합전자업체"의 장.단점도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PC및 AV 기기의 저가격경쟁과 엔고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현상황에서는 노동 집약적인 기기. 컴포넌트 및 저부가가치부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를 라인 업하고 있는 "종합전자업체"는 마이너스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도시바는 종합전자 업체만이 보유할 수 있는 폭넓은 기술력을 무기로 전기와 전자, 양분야의 시스팀화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도시바가 나눈4개그룹에 "시스팀"이라는 말이 붙은 사업 그룹과 사업본부가 많은 것도 그때문이다. 이 시스팀력을 좌우하는 것이 핵심디바이스 및 핵심컴포넌트이다.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 GE 사가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 것도 제트엔진 및 가스터빈 회전자등 핵심컴포넌트의 기술력때문이다.
도시바는지금까지도 반도체 및 LCD(액정표시장치), 2차전지를 핵심디바이스 로 책정해 세계의 유력업체들과 기술제휴를 하면서 사세를 강화해왔다. 이번조직개혁에서도 전자부품사업에 주력하려는 도시바의 의지가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이같은종합업체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기술 및 시장이 다른 사업분야의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시스팀을 구축하기 위해 도시바는 이번의 사업그룹제도입이라는 형태의 분사화를 선택한 것이다.
이때문에지난 87년 정보계열과 중전기계열의 컴퓨터를 통합해 정보처리. 제어시스팀사업본부를 신설한 이래 도시바의 구조재편은 IBM의 필사적인 분사 화나 M&A로 사업을 강화해온 종합전자업체의 선두주자 GE의 기업재구축과도 다른 일본적인 것으로 보여진다.
종전에는경영회의가 전략이나 예산의 결정및 구체적인 집행결정까지 처리했으나 새로운 경영의사결정시스팀에서는 우선 사장이 주최하는 최고 전략회의 에서 전사적.중장기적전략 방향설정 및 예산편성을 위한 대략적인 기본틀을 정하는 전략의사결정이 내려진다. 그룹내의 예산집행 및 계획.시책실행의 결정은 시장정세에 밝은 사업그룹경영회의에서 처리된다.
사업그룹의분담임원은 예산집행을 비롯해 사장권환을 이양받고 사업 그룹은 분담임원을 사장으로 하는 하나의 독립업체처럼 각기 사업을 추구해 나간다.
그러나종합전자 업체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완전한 분사화는 이루어질수 없다. 도시바가 사업 그룹제를 선택한 것은 부품과 시스팀력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종합전자업체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재구축을위한 체제가 갖춰진 이상 도시바의 향후 과제는 새로운 조직을 얼마나 잘 운영해 성과를 거둘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주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