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연구개발 사업의 국제화

경제.사회 각 부문의 국제화는 김영삼정부의 가장 중요한 정책목표로 부각되고 있다. 우루과이라운드이후 새로운 국제무역질서의 출범등 대외적인 여건이 한국으로 하여금 개방화와 국제화를 강요한 측면도 물론 있기는 하지만 한국의 경제발전단계에 비추어 볼 때 국제화는 대외적인 여건의 변화가 없었더라도 불가피한 선택이다. 경쟁의 제한이나 보호적인 무역정책을 통한 산업 의 육성은 산업화의 초기단계에서는 유효한 전략이었을지 모르지만 중진국의 단계를 넘어서 선진국으로 향하는 과정에서는 바람직한 전략이 되지 못한다국내시장에서 경쟁할 수 없는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없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이치다.

국제화라는시대의 흐름은 연구개발부문에도 적용된다. 선진국에서 연구개발 의 국제화는 첨단기술시대를 헤쳐가는 경쟁전략의 요체가 되고 있다. 정보산업 등 첨단기술산업에서 세계유수 기업간 기술공유를 위한 전략적인 제휴 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생산.마키팅영역뿐만 아니라 연구개발부문의 세 계화도 적극적을 추진되고 있다. 한국기업도 필요한 기술의 확보를 위해서 해외에 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국제화가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정부 연구개발사업의 국제화는 초보적인 단계로 민간부문에 비해 매우 부진하다. 국가연구개발사업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처의 연구사업 내역을 보면 이러한 실정을 쉽게 알 수 있다. 연구개발의 국제화를 지원하는 국제공 동연구개발사업의 예산규모가 매우 작을 뿐아니라 그 내역도 본격적인 국제 공동연구를 추진하기 보다는 외국의 과학기술자와의 세미나개최 등 국제협력 차원의 활동을 지원하는데 그치고 있다. 또한 선도기술개발사업 등 국가연구 개발사업의 추진에서 외국의 연구기관이나 연구자가 참여한 사례는 흔지 않다. 상공부.체신부 등 기타부처에서 운영하는 연구개발사업의 경우에도 국제 화가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의경우 속성상 이를 대외에 개방하기가 어려운 측면은 물론 있다.

특히국내의 기술축적이나 파급효과라는 측면에서 볼 때 외국인이나 외국연구소에 연구를 의뢰하는 경우 많은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내국인에 의하여 국내에서 수행된 연구개발사업은 사업의 성공여부를 불문하고 그 경험 이나 노하우가 국내에 축적되는 이점이 있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의국제화성과를 알기 위해서는 기업부문에서의 효과를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기업에서는 신제품개발과정에서 국내에서 해결이 불가 능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 외국기업과 기술제휴할 뿐만 아니라 외국의 연구자나 연구기관을 과감히 활용하고 있다. 또한 선진기술의 습득을 위하여현지에 자회사나 연구소를 설립하는 기업도 많다.

결론적으로국가연구개발사업도 기업의 연구개발사업과 마찬가지로 국제화를전제로 해 추진되어야 한다. 특히 신제품의 개발 등과 같은 목적지향적 연구 개발 에서 발생하는 기술적 애로요인을 해결하기 위하여 외국의 기술 자원을 적극 활용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의대외개방을 위해서는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수행주체인 출연연구기관의 국제화가 필연적인 과제다. 연구개발사업을 위해서 필요한 인력이 있다면 이를 과감히 유치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현재는 일부 외국연구자를 단기간 초청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외국인을 정규직원으로 장기고용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우리가 원하기만 한다면 러시아 등 구공산권의 우수한 과학자들을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국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시점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연구능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문제의 해결을 위해 미국.일본 등 기술선진국과의 국제공동연구와 협력 연구 를 활성화해야 한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의국제화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제화를 저해 하는 각종의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 연구사업을 담당하는 책임자가 신축성 있게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어야 한다. 외국의 우수한 과학 기술인력 을 유치할 수 있도록 출연연구기관의 인사제도 및 보수체계에 유연성을 부여하는 한편 연구비의 사용, 외국 연구소에 대한 연구비 출연, 연구성과의 귀속 등과 관련된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이러한 제도적인 보완조치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국가 연구개발의 국제화를능동적으로 받아들 일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다. 연구개발부문에서 도 외국연구자와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하겠다는 의식의 국제화가 중요하다.